2026년 10월 19일 공개된 ‘트레일러너 아빠의 산중 편지’는 가리왕산에서 만난 생명들이 숲을 함께 만든다고 전한다.
글쓴이는 원시림의 모습을 보려고 정상 대신 중봉을 거쳐 하봉으로 향했다.
큰 나무 사이로 볕이 들고 야생화가 피어난 숲길에서, 눈에 띄게 많은 이끼와 쓰러진 나무, 오래된 나무의 역할을 살폈다.
이끼는 햇빛이 강한 곳보다 그늘진 북쪽 사면에서 잘 자라고, 지면 가까이의 느린 공기 속에서 수분을 머금는다.
글쓴이는 이끼가 포자를 퍼뜨릴 때는 포자낭을 위로 올려 바람을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낮게 자라 수분을 얻다가 번식할 때는 바람을 타는 방식이, 자연을 관찰하며 과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편지의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숲길을 가로막은 쓰러진 나무도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다.
나무가 쓰러지면 숲의 공기 흐름이 달라져 어떤 나무는 잘 자라고 다른 나무는 시들 수 있다.
열린 공간으로 들어온 햇볕은 야생화와 작은 관목을 키운다.
글쓴이가 말하는 건강한 숲은 큰 나무만 빽빽한 곳이 아니라, 크기와 나이가 다른 나무와 꽃이 함께 자라는 곳이다.
중봉 가까이에서 만난 오래된 나무는 글쓴이가 ‘엄마 나무’라고 부르는 존재다.
편지에 따르면 뿌리 끝은 흙 속 균과 연결되고, 그 연결을 통해 같은 종의 어린 나무에 양분을 보낼 수 있다.
떨어진 잎과 열매는 작은 생명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된다.
다람쥐와 청설모가 묻어둔 씨앗은 이듬해 싹을 틔울 수 있고, 멧돼지가 낙엽 밑 흙을 헤집는 행동은 씨앗이 뿌리내릴 환경을 돕는다.
그러나 가리왕산의 모든 곳이 이런 숲의 모습을 간직한 것은 아니다.
글쓴이는 하봉에서 나무가 대거 잘려 붉은 흙과 돌만 남은 곳을 보았다고 전한다.
이곳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벌목됐으며, 편지가 공개된 시점에도 복원되지 않은 상태였다.
숲의 생명들이 서로 이어지는 장면과 생명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벌목지는 같은 산 안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