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군 야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번지며 병든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태안군은 감염목 제거만으로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산림을 비운 뒤 다른 수종을 심는 ‘수종전환’을 추진한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근흥면 안기2리 야산에서는 굴착기가 지름 70~80㎝가 넘는 소나무를 분쇄기에 넣어 잘게 부쉈다. 4~5그루를 자르는 데 2~3분이면 됐다. 며칠 사이 빽빽하던 산은 벌거숭이가 됐고, 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봐온 나무가 잘려 나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썩어 약해진 소나무가 주택 지붕을 덮치거나 전신주를 덮쳐 마을 일부에 정전 피해가 난 사례도 있었다.
주민들은 재선충병이 서해안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지난해 봄부터 대응을 서둘렀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3~4년 전 태안에서 병이 처음 발견됐을 때 감염목을 베어 화목보일러 땔감으로 쓰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군은 5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남면에서는 지난해 9월 처음 병이 발견된 뒤 1년 만에 인근 야산으로 확산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몽산포해수욕장 인근에서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던 해송 군락이 사라져 그루터기만 남았고, 잘린 나무는 당국 허가 없이 옮기지 못해 쌓여 있다.
태안군 산림 1만8502㏊ 중 소나무림은 1만3278㏊로 71.7%다. 충남 평균 33.3%의 두 배가 넘는다. 군은 2023~2026년 감염목 3만8673그루를 제거하고 1609㏊에 예방주사를 놓았으며, 지난 8월 특별방제구역 지정 뒤 드론 항공방제도 시작했다.
하지만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자 감염목 주변의 나무까지 베고 병해충에 강한 수종을 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종전환의 큰 걸림돌은 산림 소유자의 동의다. 군은 마을 이장들의 협조를 받아 다른 지역에 사는 산주에게도 동의서를 받을 방침이다. 대상지는 태안읍 무쇠산, 남면 퇴마산·몽산리, 근흥면 대왕산을 비롯해 소원면 철마산, 고남면 장곡리, 안면읍 황도리, 원북면 금굴산, 이원면 포지리다.
인접한 홍성군도 임야 1만8834㏊ 중 4560㏊가 소나무림이며, 재선충병 감염 면적은 1000㏊, 감염목은 1만5000여 그루로 추정해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