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농지의 소유자와 실제 이용 현황을 파악해 관리의 기초 자료를 마련하려는 조사다. 1차 조사에서 위법 의심 농지가 27%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이는 위반이 확정된 비율이 아니라 행정자료로 선별해 현장 확인이 필요한 대상이다.
김승규 경북대 교수는 의심 항목 가운데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큰 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이나 은퇴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소유주가 이웃에게 구두로 빌려준 관행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개인 간 임대차는 허용되지만, 농지대장에 반영되지 않으면 직불금 수령이나 양도세와 관련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부는 서면 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1차 조사에서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나머지 73%에도 서류에 드러나지 않은 투기 사례가 있을 수 있으며, 수도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차 조사와 별도로 심층조사 대상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정부가 투기 사례로 제시한 유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산 뒤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 허위 영농계획서로 지분을 취득해 농지를 놀리거나 임대하는 경우, 농업법인을 내세워 농지를 사들인 뒤 쪼개 팔거나 임대하는 경우다.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같은 비농업 시설로 바꾸는 것은 중대한 불법 전용 사례로 들었다. 상속이나 고령 등으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경우라도, 자격 요건을 갖춘 임대차를 통해 이웃이 대신 경작하는 농지는 투기 사례와 같은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후속 조치도 투기 유형이 아니라면 이번 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처분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현장의 반응은 처지에 따라 달랐다. 금시면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조직교육위원장은 안동의 농촌이 전반적으로 평온했다고 전하면서도, 임차농은 농지를 빼앗길까 걱정했고 실제 임차농의 농지가 빼앗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령농은 관행적인 임대가 위법일 수 있다는 불안을 겪었다.
반면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면 영농 지원과 재해 보상, 공익직불금 등에서 소외됐던 임차농이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10월 8일 후속 조치에서 정부는 처음에는 농지은행 위탁을 처분 유예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이후에는 위탁하지 않아도 투기 유형이 아니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처분하지 않는 쪽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김 교수는 보름 남짓 사이 기준이 두 차례 바뀌어 정책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의 의미는 현장 확인을 거쳐야 정해지며, 관행적 임대와 투기를 가르는 기준을 일관되게 세우는 일이 조사 취지를 살리는 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