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가 강태영을 돕고 건넨 “애기야 가자”는 전국적인 유행어가 됐습니다. 최고 시청률 57.6%를 기록한 드라마에서 한기주가 입은 수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의상을 만든 곳은 LG패션(현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였습니다.
당시에는 간접광고 제도가 없어 협찬 제품의 상표가 화면에 잡히면 가리거나 모자이크해야 했습니다. 협찬사의 공식적인 노출은 방송 뒤 ‘제작지원’ 자막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옷은 로고를 가려도 디자인과 핏이 드러나는 만큼 패션 브랜드에는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마에스트로는 박신양의 체형과 재벌 2세 한기주의 캐릭터에 맞춰 수트 20여 벌을 특별 제작했습니다. 30년 경력의 패턴사가 치수를 재고 세 차례 가봉해 완성했습니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마에스트로 취급 백화점 매장의 매출은 약 15% 늘었고, 브랜드 홈페이지 방문은 평소보다 최대 네 배로 증가했습니다.
박신양은 2000년부터 마에스트로 전속 모델로 활동하며 ‘행복정장’ 광고에서 가족을 아끼는 가장의 이미지를 보여 왔습니다. ‘파리의 연인’ 이후에는 ‘선이 살아 있다’는 광고를 통해 세련되고 도회적인 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펜싱검을 휘두르는 동작에도 재킷의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어깨선을 앞으로 옮겨 설계하는 ‘포워드 피치 시스템’을 강조했습니다.
드라마 협찬은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로 이어졌습니다. 마에스트로는 김명민이 연기한 지휘자 강마에를 위해 수트 60여 벌을 제작했습니다. 클래식 수트와 3피스 수트, 연미복을 장면에 맞춰 준비했습니다.
‘거장’ 또는 ‘지휘자’를 뜻하는 브랜드명과 강마에의 별명이 맞물려 수트 스타일도 화제가 됐고, 일부 스타일은 실제 상품으로 출시됐습니다.
2010년 간접광고가 합법화된 뒤에도 두 드라마의 협찬은 옷 자체로 브랜드를 알린 사례로 거론됩니다. 마에스트로는 2021년 ‘월간 마에스트로’ 캠페인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명의 뜻을 풀어냈습니다. 론칭 40주년인 2026년에는 새 패턴 ‘로마 핏’을 적용한 로마 수트를 선보였습니다.
어깨를 탄탄하게 잡고 허리선을 슬림하게 다듬었으며, 업그레이드한 ‘포워드 피치 시스템 2.0’을 적용했습니다.
해외 진출은 별도로 이어졌습니다. 마에스트로는 2022년 베트남 호찌민에 국내 수트 전문 브랜드로는 처음 해외 매장을 열었고, 2023년 하노이에 2호점을 냈습니다. 2026년 4월에는 하노이센터에 3호점을 열었습니다.
현지 기후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을 내놓았으며, 베트남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10%, 2025년에는 20% 증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