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종에게는 금손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다. 김시민의 문학 작품 《금묘가》에는 금손이가 궁궐에서 귀한 음식을 먹고, 추운 밤이면 임금의 머리맡에서 몸을 웅크리고 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궁녀들은 함부로 만질 수 없었지만 숙종의 손길은 받아들였다고 전한다.
숙종이 세상을 떠난 뒤 금손이는 먹이를 거부하고 울다가 뒤따라 죽었다는 대목도 있다. 다만 문학적 기록이므로 이런 장면을 모두 확인된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이야기는 왕과 고양이의 특별한 관계가 후대에 어떻게 기억됐는지를 보여준다.
고양이를 그린 그림에도 조선 사람들이 이 동물을 바라본 시선이 담겼다. 간송미술관 소장 변상벽의 《국정추묘》는 ‘국화가 핀 뜰 안의 가을 고양이’라는 뜻으로, 국화 곁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그렸다. 한 마리는 날아다니는 작은 벌을 바라보고, 다른 한 마리는 꼬리를 둥글게 말고 앉아 어딘가를 응시한다.
영조 때 궁중 화원이었던 변상벽은 어진과 인물 초상화를 그렸고, 고양이 그림으로도 이름을 얻어 ‘변고양이’라 불렸다. 그림을 얻으려는 사람이 하루 백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도 전한다. 털의 결을 달리 표현하고 눈빛과 귀 안쪽까지 세밀하게 그린 솜씨에는 초상화를 그리며 익힌 관찰력이 드러난다.
그림 속 고양이와 국화에는 장수와 평안을 바라는 뜻도 담겼다. 고양이를 뜻하는 묘(猫)는 노인을 뜻하는 모(耄)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해 장수를 상징했고, 국화는 장수와 선비의 고결한 삶을 상징했다.
KB금융그룹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는 약 137만 가구로, 전년보다 2만 가구 늘었다.
《국정추묘》를 감상하며 마련한 찻자리에는 보이숙차 5g과 식용 말린 국화 다섯 송이를 함께 우린 차가 놓였다. 홍콩 얌차에서는 보이차와 국화를 섞은 차를 ‘국보(菊普)’라고 부른다. 숙차의 묵직한 맛 위로 국화 향이 산뜻하게 더해지는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