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가계가 느끼는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이 가계에 돌아가는 몫은 줄고, 빚과 이자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 분석에서 2분기(4~6월)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비율은 47.7%로 집계됐다.
분기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처음 50% 아래로 내려간 역대 최저치다.
PGDI는 세금·사회보험료·이자 등을 낸 뒤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이다. GNI 대비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생산으로 늘어난 국가의 부가 가계로 덜 흘러들어갔다는 뜻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명목 GNI 증가분 중 79%는 기업·자영업자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총영업잉여에서 나왔고, 근로자 소득 증가분은 16.5%였다. 정부는 기업 이익 증가에 따라 올해 초과 세수를 88조원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기업 이익과 성장 지표가 좋아졌지만, 고용·임금·투자를 거쳐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의 여윳돈은 늘어난 반면 가계의 예금은 줄고 부채는 늘었다. 기업 순자금운용은 지난해 2분기 5조2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2분기 67조1000억원 흑자로 바뀌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에 대비해야 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계 예금 잔액은 전 분기보다 27조3000억원 감소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고, 가계부채는 전 분기 대비 25조9000억원 늘어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다. 부채 잔액은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와 부동산에 쏠린 투자,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부담도 기업 이익이 가계로 확산되는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금리 상승은 가계의 부담을 더 키운다. 기사에 소개된 직장인 이씨는 4억원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 사이 연 3.2%에서 4.1%로 올라 매달 이자가 30만원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분기 말 기준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34만원, 전체 대출자의 부담은 6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물가에 선제 대응한다며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했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