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상장 미국 지수 ETF를 대거 순매수했지만, 집계된 매수액이 실제 보유량 증가를 그대로 뜻하지는 않을 수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2026년 첫 거래일부터 10월 1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중 3개가 국내 운용사의 미국 지수 추종 상품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조1647억원으로 2위,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은 5751억원으로 5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5607억원으로 6위였다.
10월 16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세 상품 순서대로 0.11%, 20.42%, 0.43%였다.
업계에서는 커버드콜 ETF에 소수 해외 기관의 전략적 보유 수요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나머지 두 상품은 순매수 규모에 비해 보유 비중이 낮아 장기 투자만으로 거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세 상품은 환율 변동을 반영하는 환노출형이다.
다만 달러 투자자가 원화를 환전해 ETF를 산 뒤 다시 달러로 회수하면 환전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어, 환차익을 노린 매매라는 해석에도 한계가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가능성은 ETF 시장가격과 추정 적정가치 사이의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다.
한국 거래시간에 미국 현물 주식시장은 닫혀 있어도 미국 지수선물과 환율은 움직인다.
국내 투자자의 매도가 몰리면 ETF 가격이 적정가치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전문 투자자는 저평가된 ETF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거나, 적정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산 물량을 환매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트레이딩 데스크, 헤지펀드, 알고리즘·고빈도매매를 활용하는 자기자본매매 업체 등이 참여 주체로 거론된다.
건당 이익은 작아도 알고리즘으로 거래를 반복해 수익을 쌓는 방식을 업계 관계자는 ‘동전 줍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매매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홍콩·유럽 등에서도 이뤄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순매수 통계와 실제 보유량이 달라지는 데는 ETF의 장외 환매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인투자자는 거래소에서 산 ETF를 직접 또는 지정참가회사(AP)를 통해 운용사에 환매할 수 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0월 16일 종가인 17만6775원 기준으로 1만좌 또는 그 배수 단위로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
1만좌를 장내에서 매수한 뒤 장외 환매하면 거래소 통계에는 약 17억6775만원의 매수액이 잡히지만, 환매는 거래소 매도가 아니므로 매도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가 ETF를 더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순매수 기록이 남을 수 있다.
국내 ETF의 거래 규모와 투자자 활동이 커지면서 해외 기관이 가격 차이를 활용할 기회도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