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잔금을 보내고 이사한 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받았더라도 보증금 순위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집주인이 같은 날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은행이 세입자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전입신고와 근저당권 등기의 효력 발생 시점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가 집을 넘겨받고 전입신고를 마쳐도 대항력은 다음 날 0시부터 생깁니다. 반면 근저당권은 등기가 접수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10월 18일 전입신고를 한 세입자의 대항력은 19일 0시에 발생하지만, 집주인이 18일 설정한 근저당권은 그보다 먼저 효력이 생깁니다.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우선변제권은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 등 요건을 갖춘 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 대법원도 1997년 12월 12일 판결에서 입주·전입신고와 근저당권 설정이 같은 날 이뤄진 경우 세입자의 권리 순위는 다음 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은 계약 단계뿐 아니라 잔금 송금 직전에도 확인하고, 잔금일 다음 날 아침 새 근저당권이 생겼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잔금 직전에는 문제가 없어도 그 뒤 같은 날 등기가 이뤄질 수 있어서입니다.
계약서에는 대항력이 생길 때까지 집주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계약을 해제해 보증금을 즉시 돌려주도록 하는 특약을 둘 수 있습니다. 다만 특약이 등기 자체를 막거나 반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이사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 절차도 챙겨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0일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처리 시로 앞당기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행 규정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