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70세인 극단 보석할매할배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한국 섬마을 블랙코미디로 바꿔 무대에 올렸다. 2026년 10월 15일 서울 대학로 창작공간 비비비에서 공연한 ‘캔터빌 노래방’은 고전의 유령 이야기에 노래방과 거침없는 입담을 얹었다.
원작 ‘캔터빌의 유령’에서 가져온 무대는 섬마을 고택을 사들여 노래방을 연 가족과, 아내를 살해한 죄책감에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충돌을 그린다. 배우들은 성적 농담과 육두문자를 쏟아내고, 여성 배우들은 노래로 관객의 떼창을 이끈다.
전자 문명 시대에 유령이 어떤 의미인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묻는 이야기를 익숙한 대중문화 공간에 옮긴 셈이다.
출연자 10명 가운데 연기를 전공한 사람은 없다. 한종숙(71)은 중앙대 정신건강간호학 부교수로 퇴직한 2020년 이후 청소년 상담 봉사를 하며 연극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품었던 꿈을 뒤늦게 펼친 그는 다양한 배역을 통해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엄정숙(79)은 2011년 어르신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으로 무대에 첫발을 디뎠다. 아버지의 반대로 젊은 시절 접지 못한 연극을 다시 만난 뒤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있다.
극단은 과학 실험극 전문 극단 듀공아의 김진우 대표가 2012년 어르신들과 창단했다. 그는 총괄 연출로 20여 편을 무대에 올렸으며, 지원을 받아 목적극을 이어오다 2024년부터 순수 연극을 본격화했다. 고령 배우들과의 작업이 늘 순탄한 것은 아니다.
단원이 감을 따다 나무에서 떨어져 숨졌고, 응급실 이송으로 공연이 중단된 적도 있다. 이번 공연에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배우도 출연했으며, 대사를 외우기 어려운 순간에는 동료들이 도왔다.
김 대표는 긴 대사와 90분 넘는 공연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의욕, 오래 살아온 몸에 밴 삶이 만드는 자유로운 연기를 이 극단의 힘으로 꼽았다. 극단은 2027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각색한 ‘쀼랄과 쩜가슴’(가제)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원작과 달리 뜨레쁠레프의 죽음에 얽힌 동기와 조력자를 40년 뒤에 밝히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