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저예산 영화 ‘실낙원’이 2026년 10월 21일 개봉한다. AI가 아이를 실제로 되살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는 기술로 복원한 어린 시절의 아들과,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을 마주한 어머니의 선택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는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김현주)을 따라간다. 소영은 AI·증강현실(AR)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로 실종 당시의 추억과 감정을 간직한 어린 아들을 복원해 상실을 견딘다. 그러던 중 죽은 줄 알았던 류선우(배현성)가 훌쩍 자란 모습으로 돌아온다.
기억 속 어린아이와 눈앞의 낯선 아들 가운데 누구를 ‘진짜 내 아이’로 받아들일 것인가. 영화는 사랑이 함께한 시간에서 비롯되는지, 존재 자체를 향하는지 질문한다.
‘낙원의 아이들’은 AI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MBC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나다’(2020~2024)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다만 영화는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SF의 외피를 두른 심리 스릴러에 가깝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연 감독은 AI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묻고, 보편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복원된 아이와 돌아온 아들의 차이는 단순히 외모나 나이가 아니라,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존재를 어디까지 자식으로 여길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실낙원’의 제작비는 5억원이다. 앞선 저예산작 ‘얼굴’은 2억원으로 스태프 20여 명과 13회차 촬영해 완성했고, 국내 관객 108만 명과 극장 매출 약 110억원을 기록했다. 연 감독은 ‘실낙원’에서 참여자별 지분율과 사후 정산을 더 구체적으로 기획해 예산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제작 지원을 받지 않고, 전용관 의무 상영일수를 인정받기 위한 독립영화 인정제도도 신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상업영화를 만들던 감독의 저예산 작업이 독립영화계의 구조와 생태계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촬영은 최대 14회차, 약 3주 안에 마치도록 계획한다. 회차 안에 담기 어려운 장면은 덜어내거나 장소와 상황을 합쳐 촬영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2020년 어머니가 건넨 3장짜리 메모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오성은 작가의 소설 ‘블랙 인페르노’가 2025년 9월 먼저 출간됐다.
본편 촬영 당시에는 생성형 AI를 쓰지 않았지만, 연 감독은 별도로 공개한 ‘실낙원 유니버스 4부작’을 만들 때 활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