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은 한국어 책 약 80t을 사들여 AI 학습에 활용했다. 국내 도서도매유통사 웅진북센이 부산항을 통해 수출한 책이 어떤 경로로 앤트로픽에 닿았고, 물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수출입·선적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된 거래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다섯 차례 이뤄졌다.
선적 문서에 적힌 구매처는 베터월드북스였다. 이 회사는 앤트로픽이 책 조달과 배송을 위해 계약한 곳으로, 웅진북센의 책은 이 중간 업체를 거쳐 앤트로픽에 전달됐다. 배는 부산항에서 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주의 타코마에 도착했다.
다섯 차례 수출 물량은 총 3349박스였다. 선적 자료상 무게는 77.2~85.1t으로 추산됐고, 책으로는 약 17만~21만 권에 해당한다. 국내 신간 발행 종수가 한 해 6만 종을 조금 넘는다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와 견주면, 한국에서 3년 동안 나온 신작에 맞먹는 규모다.
AI 기업은 같은 책을 반복해 학습할 필요가 없어 보통 한 종당 한 권씩 사들인다.
수출은 2025년 3월 두 차례와 5월·7월, 2026년 6월에 진행됐다. 웅진북센은 6월 수출분이 그해 1월 발주 요청을 받은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앤트로픽에 책을 수출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도서 제목과 규모는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6월 이후 추가 공급은 없었다.
재판 자료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매입한 책의 책등을 자르고 고속 스캔한 뒤, AI가 읽을 파일로 바꾸고 쪽수와 반복 문구 등을 정리해 학습에 사용했다. 회사는 이를 ‘파나마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다만 책을 사서 학습한 행위와 해적 사이트에서 책을 내려받은 일은 법적으로 구분된다.
미국 법원은 매입 도서의 학습을 공정 이용으로 판단했지만, 해적 사이트에서 받은 디지털 도서에 대해서는 불법 취득으로 보고 별도 보상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