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제국립공원의 고산 습원 오제가하라에는 산장이 들어서 있다.
차도가 없는 오제에서 산장에 필요한 물품은 ‘봇카(歩荷)’라 불리는 짐꾼이 목도를 걸어 나른다.
목도는 여행자에게 풍경을 보여주는 길인 동시에 외딴 습지와 산장의 생활을 잇는 통로다.
오제국립공원은 군마·후쿠시마·니가타·도치기 4개 현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372㎢다.
그중 오제가하라는 약 8.5㎢ 규모로 해발 약 1400m에 자리한다. 주요 입산구는 9곳이다.
여행자는 전날 오제도쿠라 민박집에서 묵은 뒤 오전 6시 10분 셔틀버스를 타고 하토마치토게에 도착했다.
해발 1591m 지점에서 평지와 내리막길을 3.3㎞ 걸으면 습원에 닿는다.
3박 4일 여정에서 둘째 날에는 비바람 속에 폭 50㎝의 젖은 목도를 걸었다.
전날 같은 길을 걸어둔 덕에 미끄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오제의 산은 대체로 5월쯤 열리고 10월 말이면 닫혀, 걷기 좋은 시기는 1년 중 약 반년이다.
2016년 여름 다큐멘터리에서 봇카를 본 여행자는 10년 뒤 오제를 찾았다.
현장에서 봇카를 촬영하던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 뒤, 눈앞의 봇카가 당시 다큐에 ‘21세 신참’으로 나왔던 하기와라 마사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통역가는 그가 전날 93㎏을 졌고, 비가 거센 이날은 그보다 조금 가벼운 짐을 졌다고 전했다.
취재 당시 오제에서 직업적으로 일하는 봇카는 7명 정도였다.
이들은 한 번에 80~100㎏ 안팎을 짊어지고 주 6일 걸으며, 주로 신선식품과 기호식품을 나른다.
오제의 65㎞ 목도는 물자 운송로이자 습지 보전을 위한 시설이다.
20세기 초 산악인 히라노 조조가 수력발전 개발에 반대했지만, 관광객이 늘면서 쓰레기와 습지 훼손이 심해졌다.
오제국립공원 땅의 40%를 소유한 도쿄전력은 댐 건설 대신 1960년대부터 목도를 놓기 시작했다.
목도는 지자체와 도쿄전력이 구역을 나눠 관리한다.
방문객은 쓰레기를 배낭에 담아 되가져와야 하고, 산장에서 나온 일회용 컵도 다른 산장이 받아주지 않는다.
산장 생활에도 정해진 일정이 있다.
대체로 목욕은 오후 4~5시, 석식은 오후 6시, 소등은 오후 8시이며, 조식은 오전 6시, 체크아웃은 오전 8시다.
다만 산장 운영에 변화도 있다.
2025년부터 해발 1665m 오제누마 호수 근처 산장을 맡은 이즈미베 미츠루 사장은 도쿄 레스토랑과 협업해 이탈리안 요리를 내놓는다.
음식과 욕실 설비가 인상적이었던 이 산장은 ‘친환경은 불편하다’는 통념과 다른 사례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