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의 건강 효과는 하루 걸음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하루 8000보 이하를 걷는 성인 가운데 한 번에 걷는 시간이 길수록 사망과 심혈관질환 발생 비율이 낮았다는 연구가 나왔다. 다만 관찰연구이므로 오래 걷는 것이 이런 차이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유럽대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3만3560명의 걷는 습관을 분석하고 약 9.5년간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10월 28일 국제학술지 ‘내과학 회보’에 발표됐다.
참가자는 한 번에 걷는 시간이 5분 미만, 5분 이상~10분 미만, 10분 이상~15분 미만, 15분 이상인 네 집단으로 나뉘었다. 각 집단은 전체의 42.9%, 33.5%, 15.5%, 8%였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비율은 네 집단에서 각각 4.36%, 1.83%, 0.84%, 0.8%였다. 심혈관질환 발생 비율도 같은 순서로 13.03%, 11.09%, 7.71%, 4.39%로 낮아졌다. 특히 하루 5000보 미만을 걷는 사람에게서 걷는 시간과 건강 지표의 연관성이 뚜렷했다.
연구팀은 심장과 폐에 가해지는 운동 부하가 커지는 점 등을 가능한 설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누구나 반드시 15분 이상 연속해서 걸어야 한다거나 짧게 여러 번 걷는 활동이 무익하다는 뜻은 아니다.
걷기를 얼마나 꾸준히 이어가는지도 우울 증상과 관련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40~82세 성인 1만9112명을 분석한 연구를 2025년 11월 26일 국제학술지 ‘BMC 스포츠 과학·의학·재활’에 발표했다. 걷는 사람의 우울 증상 위험은 운동하지 않는 사람보다 19% 낮았다.
주 150분 이상 걷기를 1년 넘게 지속한 집단에서는 위험이 31% 낮았지만, 운동을 시작한 지 12개월이 지나지 않은 집단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강도 운동이 어렵거나 건강상 제약이 있는 사람에게도 꾸준한 걷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원에서는 걷지 않고 쉬는 시간도 정신건강과 관련될 수 있다. 도시 숲과 공원에 관한 기존 연구 78편, 약 5900명의 자료를 종합한 분석은 2025년 8월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발표됐다.
자연 속에서 약 15분 머무는 것과 정신건강 지표 개선의 연관성이 확인됐으며, 우울감과 불안 감소 효과는 특히 10대 후반~20대 초반에서 크게 나타났다. 조용히 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부정적 감정을 줄이는 데, 산책이나 달리기와 조용한 감상은 활력을 느끼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실천할 때는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체력에 맞춰 걷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편이 좋다. 주말에만 몰아서 걷기보다 평일에도 산책을 이어가고, 공원에서 걷다가 잠시 앉아 쉬어도 된다.
연구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걸음 수나 시간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