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지난해 말까지 80억 개 넘게 팔렸다. 국내 누적 판매량 8억 개의 10배다. 1986년 출시된 제품이 어떻게 러시아 소비자의 일상에 들어갔을까. 사각 용기의 편리함에 현지 입맛과 식사 방식에 맞춘 변화가 더해졌다.
도시락은 팔도의 첫 용기면으로, 원형 용기가 주류였던 당시 국내에서 처음 사각 용기를 적용했다. 바닥이 넓어 잘 넘어지지 않고 별도 뚜껑이 있으며, 면발은 얇았다. 러시아 진출은 계획된 대형 사업보다 먼저 현장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초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러시아 선원과 보따리상을 통해 제품이 알려졌고, 팔도는 1992년 수출을 시작했다. 수요가 늘자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열었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에도 판매망을 유지해 시베리아와 우랄 지역으로 넓혔다. 연간 판매가 2억 개 수준에 이른 2000년대에는 현지 생산에 나섰다. 2005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 2010년 리잔에 공장을 세웠다. 제품도 치킨·버섯·새우맛으로 다양화했다.
기차에서도 별도 식기 없이 먹도록 포크를 넣고, 라면에 마요네즈를 곁들이는 식문화에 맞춰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제품도 내놨다.
성과는 판매량뿐 아니라 현지 소매점 점유율에도 나타났다. 팔도에 따르면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법인 도시락루스의 2025년 매출은 약 5000억원이다. 러시아 판매정보기업 에보토르가 2026년 발표한 분석에서는 도시락이 2025년 러시아 비체인 소매점 즉석면 판매 물량의 54%, 판매액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러시아 즉석면 시장이 아니라 비체인 소매점 판매 기준이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쌓은 경험을 중국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회사 집계상 2026년 1~9월 중국 판매량은 약 4000만 개로, 전년 같은 기간의 다섯 배였다. 미역국맛 제품을 추가하고 라이브방송과 전자상거래를 판매 경로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