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의 기술 기반은 빠르게 갖춰지고 있지만, 시장이 실제로 열릴지는 거래할 상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프라를 먼저 만드는 경쟁에서 발행 수요와 반복 가능한 상품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초점이 옮겨가는 이유다.
코스콤은 13개 증권사와 발행·계좌관리, 기존 시스템과 분산원장 연계를 지원하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총량관리 테스트베드 실증도 마쳤다.
KB증권은 채권·펀드·신탁수익증권 수용을 준비하고, 신한투자증권은 채권 업무와 그룹 내 토큰화 펀드 공급의 연계를 추진한다.
하나증권은 비정형자산 구조화에서 정형증권 인프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운용사들이 우선 살피는 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다.
구조가 단순한 데 그치지 않고 이전·환매, 담보 활용, 결제 과정에서 토큰화의 편익을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관련 상품과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술 준비만으로 서비스가 시작되지는 않았다.
모건스탠리는 자체 대체거래시스템에서 토큰화 주식을 지원하려던 목표를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1분기로 미뤘다.
토큰화 상품이 충분하지 않고 기관투자자 수요도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회사가 기회로 꼽은 비상장주식·구조화증권·맞춤형 상품·사모펀드는,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상장주식보다 권리관리와 유통이 복잡한 자산에서 효율을 찾으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국내 제도는 2027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첫 단계부터 모든 증권이 토큰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형증권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와 사모사채가 먼저 대상이고, 비상장주식은 신탁 방식으로 편입된다.
일반투자자가 처음 접할 영역은 공모 조각투자증권이다.
따라서 정형증권은 기존 기업금융·운용에서 발행 수요를 가져오는 역량이, 조각투자는 특허나 콘텐츠 같은 자산의 현금흐름을 투자 가능한 권리로 구조화하고 같은 상품을 반복 공급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공동 인프라를 여러 회사가 함께 쓰게 되면 기술 자체의 차별성은 줄고, 기초자산·판매채널·계좌관리와 결제를 연결하는 능력이 경쟁의 관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