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보르네오오랑우탄 어미들이 새끼의 또래 놀이 기회를 늘리기 위해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됐다.
어미들의 이동이 새끼들이 만날 가능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15년간의 관찰 자료로 살폈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투아난 연구기지에서 어미와 새끼 31쌍을 관찰했다.
관찰 시간은 총 약 3만2600시간이다.
오랑우탄 새끼는 태어난 뒤 7년 이상 어미에게 의존하며, 어미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 또래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나이의 새끼를 키우는 어미들은 같은 숲 지역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새끼들의 나이가 비슷할수록 실제로 함께 노는 빈도도 높았다.
이 경향은 어미 사이의 혈연관계와 먹이인 과일의 분포를 고려한 뒤에도 나타났다.
새끼들이 함께 놀기 전날부터 어미의 이동에도 변화가 관찰됐다.
어미는 다른 어미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놀이가 끝난 뒤 자신의 활동 지역으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이런 양상이 우연한 만남보다는 새끼에게 놀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이동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또래끼리 논 날은 전체 관찰일의 약 6%로, 평균적으로 20일에 한 번꼴이었다. 실제 놀이 시간은 하루 약 20분이었다.
새끼가 친구와 논 날과 그 전후에는 어미의 이동 거리가 늘고 먹이를 먹는 시간은 줄었다.
이는 함께 노는 시기와 동반된 변화로 관찰됐으며, 먹이 섭취 감소의 의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논문 제1저자 오드 야콥센 연구원은 어미들이 신체적·발달 수준이 비슷한 놀이 상대를 찾아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양육에서 먹이와 안전뿐 아니라 사회적 경험도 중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놀이가 새끼의 성장이나 생존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사회성 발달에 실제 이점이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