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 중앙공원 비엔날레 전시관의 전시 ‘세종과 남준’은 세종대왕과 백남준을 한자리에 불렀다. 입구에는 세종대왕의 어진과 백남준의 자화상이 걸려 있다. 백남준의 자화상에는 TV 모양 선글라스를 쓴 얼굴뿐 아니라 그랜드피아노 모형, 지구본, 종이와 여러 물건이 등장하고 작은 불상도 놓여 있다.
음악과 미술, 기술과 동서양을 넘나든 작가의 면모를 한 화면에 담은 구성이다.
그 불상을 보며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TV부처’다. 하나의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불상·TV·카메라라는 기본 구성을 바꿔 여러 버전으로 만들었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본 돌 불상과 달리 세종 전시의 불상은 목조이며, 청동 버전도 있다.
카메라가 부처를 촬영하고 영상을 바로 앞 TV에 실시간으로 보내면 부처는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화면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기울이는 관객도 영상에 잡힌다. 부처를 구경하던 사람이 작품 속에 들어가는 셈으로, 관객 참여 역시 백남준이 의도한 것이었다고 한다. 오래된 불상과 당시의 첨단 미디어, 고요히 앉은 모습과 움직이는 영상의 대비는 자아성찰을 떠올리게 한다.
백남준은 선(禪)의 이미지를 기술과 공연에 끌어들였다. 1962년 독일 비스바덴의 플럭서스 공연에서 작곡가 라몬테 영의 ‘직선을 그리고 그 선을 따라가라’는 지시에 따라 머리를 잉크와 토마토 주스에 담갔다가 붓처럼 써 종이에 선을 그었다. 이 퍼포먼스의 제목은 ‘Zen for head’다.
이듬해 ‘Zen for TV’에서는 고장 난 TV를 고치는 대신 화면에 남은 가느다란 선을 작품으로 삼았다. 전시를 기획한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두 사람의 공통점을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서 찾았다.
세종대왕은 한글로 더 많은 사람이 뜻을 표현하고 전달할 길을 열었고, 백남준은 TV를 예술에 끌어들여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기사 게시일인 2026년 10월 17일 기준, 전시는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