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카슨 시 작품 소개: 어려운 인용은 무엇과 대화할까

구르는고구마45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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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
내용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 · 소재: Microsoft Fluent Emoji

앤 카슨의 시는 인용이 많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고명재 시인은 그 난해함을 독자를 밀어내는 장벽이라기보다, 과거와 현재의 목소리를 이어 듣는 방식으로 읽는다. 죽은 이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 곧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작품의 중심이라는 해석이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카슨은 시인·에세이스트·번역가이자 고전학자다. 서로 다른 언어와 시대 사이를 오가는 그의 작업은 옮길 수 없는 것을 옮기고, 사라진 것을 지금의 독자 앞에 불러내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고명재 시인은 이를 “오래된 질문들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짚는다.

그 대화의 방식은 첫 단행본 《에로스, 달콤씁쓸한》의 첫 문장부터 드러난다. 1986년에 나온 책은 “에로스를 최초로 ‘달콤씁쓸한’이라고 부른 이는 사포였다”로 시작한다. 카슨은 영어 단어 ‘bittersweet’와 사포의 그리스어 ‘글루쿠피크론’의 순서 차이를 살핀다.

사포의 표현은 ‘달콤씁쓸한’으로, 사랑이 먼저 달콤하게 다가온 뒤 씁쓸해지는 시간의 흐름을 담는다고 읽는다. 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수천 년 전 시인의 말과 나란히 놓는 셈이다.

《유리 에세이》에서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말이 “으르렁거림과 음절들과 거칠고 갑작스러운 호소”로 묘사된다. 문장다운 문장이 사라진 아버지를 바라보며 화자는 “미친 사람들의 이는 어떻게 닦아주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고명재 시인은 이 질문을,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에도 귀 기울이고 보살피려는 시의 태도와 연결한다.

《짧은 이야기들》의 ‘뒤로 걷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에는 죽은 자들이 우리 뒤를 따라오며, 우리가 돌아보기를 바란다는 구절이 나온다. 죽은 이와 말을 주고받으려면 뒤돌아봐야 한다는 카슨의 시선은 작품의 인용과 난해함을 새롭게 보게 한다.

과거의 목소리를 현재에 데려오는 일이야말로 그 형식이 필요한 이유라는 것이 고명재 시인의 독해다.

AI 요약
앤 카슨의 시는 인용이 많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고명재 시인은 그 난해함을 독자를 밀어내는 장벽이라기보다, 과거와 현재의 목소리를 이어 듣는 방식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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