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누군가 큰 상실을 겪은 뒤 이웃이 은박지로 덮은 음식을 들고 찾아오는 장면은 익숙하다. 그 음식으로 자주 등장하는 캐서롤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유가족의 당장 필요한 일을 덜어주는 위로의 방식이다.
음식 전문 매체 올레시피스는 장례와 사별 뒤 음식을 나누는 관습이 미국 생활문화에 자리 잡은 과정을 소개했다.
캐서롤은 넓고 깊은 오븐용 그릇에 고기나 생선, 채소, 파스타, 쌀, 감자 등을 담아 소스나 치즈와 함께 구운 요리 또는 그릇을 가리킨다. 라자냐와 구운 파스타도 넓은 의미에서 이 음식 문화에 속한다.
한꺼번에 넉넉히 만들어 나눌 수 있고, 한 그릇째 옮긴 뒤 다시 데우기 쉬워 음식을 받은 가족이 별도 조리나 식탁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애도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가져가는 풍습은 캐서롤보다 오래됐다. 북미의 네덜란드계 정착민은 장례식에 달거나 신 음식 등을 냈고, 유럽에서 전해진 ‘장례용 비스킷’은 고인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이후 교회 모임과 이웃 간 음식 나눔이 퍼지면서 공동체 식사에 알맞은 캐서롤도 널리 쓰이게 됐다.
처음부터 장례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20세기 초까지는 교회나 지역 행사에서도 먹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간편하게 만들고 옮겨 다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미국 가정에서 중요해졌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식생활 변화도 흐름에 영향을 줬다. 지역별 애도 음식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중서부의 핫 감자·고기·채소에 수프를 섞어 굽는 음식이고, 유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치즈와 감자를 넣은 퓨너럴 포테이토스가 추모 모임에 등장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홈고잉 식사에는 콘브레드 드레싱이나 마카로니 앤드 치즈가 중요한 음식으로 자리한다.
음식을 건네는 일은 슬픔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장보기와 요리조차 버거운 시기에 한 끼를 마련해준다. 베일러대 종교학 교수 캔디 K. 건은 애도 중인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일을 다시 일상을 이어가도록 돕는 작은 신호로 설명했다.
미국 드라마 속 캐서롤이 전하는 위로는 ‘힘내라’는 말에 그치지 않고, 끼니를 함께 걱정하는 구체적인 도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