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은 퇴직급여를 회사가 운용하는 DB형과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 중 어떤 제도를 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주현지 매니저는 선택의 핵심 변수로 DB형의 임금상승률과 DC형의 투자수익률을 꼽았다.
임금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이면 DB형, 임금 상승 폭이 작고 장기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DC형이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과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급여가 정해지며,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성과에 따른 책임도 진다. 호봉과 승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명의 계좌에 납입하고, 근로자가 예금·펀드·ETF 등을 골라 운용한다.
연봉제나 성과급 중심이거나 임금피크제를 앞둔 근로자는 DC형을 고려할 수 있다.
가정에 따른 계산에서는 30세에 입사해 50세까지 근무하고 첫해 월급 300만 원, 연평균 임금상승률 5%, DC형 투자수익률 3%를 적용했을 때 DB형 퇴직급여가 1억5165만 원, DC형이 1억2708만 원으로 산출됐다. DB형이 2457만 원 많은 결과다.
반대로 투자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웃돌면 DC형이 앞설 수 있다. 2025년 연간 수익률은 DC형 8.47%, DB형 3.53%였지만, 한 해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손실 감내 수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DC형에서는 운용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은행의 사례에서 매년 1000만 원씩 20년간 총 2억 원을 적립했을 때,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경우 적립금은 약 4억3000만 원,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운용한 경우 약 2억7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2025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75.4%, 실적배당형은 24.6%였고, 두 유형의 연간 수익률은 각각 3.09%, 16.80%였다.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수익률 상위 10%는 평균 19.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실적배당형 비중이 84%였다.
하위 10%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74%, 수익률은 0.5%였다. 실적배당형은 손실 가능성도 있으므로 위험 감내 수준과 은퇴 시점을 고려해 자산 배분을 점검해야 한다.
혼합형과 선택형은 다른 방식이다. 혼합형은 한 근로자에게 DB형과 DC형을 일정 비율로 함께 적용하는 구조로, 경영성과급을 DC형으로 지급하기 위해 DB형 99%, DC형 1%로 설계하는 사례가 있다.
선택형은 회사가 마련한 두 제도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며, 회사가 두 제도를 도입하고 퇴직연금 규약에서 전환을 허용해야 가능하다.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면 전환 시점까지 쌓인 DB형 퇴직급여가 DC형 계좌로 옮겨지고 이후 근로자가 운용한다.
반대로 DC형에서 DB형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 DC형 적립금을 DB형으로 옮기거나 과거 가입기간을 DB형에 소급할 수 없다. 전환 전 회사 규약과 적용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