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식탁은 가능할까.
지난 7월 10일 영국 공동연구팀이 체중 증가를 막는 첨가물로 소개한 이눌린 프로피오네이트 에스테르(IPE)가 유럽연합(EU)의 신식품 성분으로 승인됐다는 소식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성분의 안전성을 인정받는 것과 체중 관리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다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글래스고대 연구진이 약 15년간 개발한 IPE는 식이섬유 이눌린에 프로피온산을 결합한 물질이다.
약 6년간의 평가를 거쳐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규제 승인을 받았으며, 음료에 타거나 빵·시리얼에 넣어 먹을 수 있다.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에 도달하면 장내미생물이 결합을 끊고, 이때 나온 프로피온산이 포만감과 관련된 GLP-1·PYY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그러나 서울대 조영민 교수에 따르면 호르몬 증가는 정상 분비량의 2~3배 수준이다.
비만대사수술은 5~10배,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주사형 치료제는 10배 이상 분비를 유도한다.
영국 애버딘대 브렌던 게이브리얼 교수는 IPE의 효과를 영양 보충제 수준으로 평가했다.
EU 승인은 주로 안전성에 관한 것이며 체중 관리 효과를 보증하지 않는다.
첨가물 대신 음식 자체의 구조를 활용하는 연구도 있다.
2025년 병아리콩 임상시험에서는 참가자의 소장 표본을 비위관으로 채취했는데, 식사 후 몇 시간이 지나도 녹말을 품은 식물 세포가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세포벽을 보존해 조리한 병아리콩 식사에서는 포만감 호르몬이 오래 지속됐고, 콩을 갈아 세포벽을 부순 식사에서는 혈당과 호르몬 반응이 급격히 나타났다.
세포벽이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늦춰 장 아래쪽까지 보내는 것이 차이를 만든다.
쿼드람 연구소는 이 특성을 살린 콩류 분말 ‘펄스온’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밥을 식히면 생기는 저항성 전분도 소장에서 덜 흡수되고 대장에서 발효된다.
저항성 전분 자체의 열량은 일반 전분의 절반 정도지만, 밥을 다시 데우면 냉각 중 형성된 RS3의 결정 구조가 풀려 소화가 쉬워질 수 있다.
열에 강한 RS4도 함량을 지나치게 높이면 수분 흡수가 줄어 밥이 설익거나 빵이 제대로 발효되지 않는다.
김하람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원은 밥의 찰기와 풍미를 유지하며 높일 수 있는 저항성 전분의 한계를 전체 전분의 10~15% 수준으로 설명했다.
영양소 흡수를 억제하는 방식도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지방 흡수 억제제 제니칼은 지방변을 일으킬 수 있고, 탄수화물 흡수를 막는 아카보스는 가스·복통·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게이브리얼 교수는 에너지 소비량을 늘릴 표적 조직으로 골격근을 꼽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이를 일반 식품이나 보충제에 안전하게 넣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식품 구조와 저항성 전분은 체중 관리에 활용할 연구 분야이지, 많이 먹고도 살이 찌지 않게 해주는 해법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그런 기술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