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증시가 올해 62% 급등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운용 인력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자신이 고른 종목으로 펀드가 수익을 내도 개인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규제가 박탈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펀드 정보 사이트 머니DJ를 인용해 대만 주요 국내 주식형 뮤추얼펀드 20개 가운데 같은 매니저가 3년 넘게 운용하는 펀드는 절반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가권지수 상승으로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달러 늘었다. AI 투자 열풍을 탄 난야테크놀로지와 매크로닉스인터내셔널 등 반도체 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운용사 투자 전문가들은 본인과 가까운 친족의 주식 거래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또 펀드매니저와 투자부서 책임자는 소속 회사의 펀드나 일임운용 계좌가 특정 대만 상장주식 또는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전후 각각 7영업일 동안 해당 종목을 개인적으로 매매할 수 없다.
개인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산운용업계 행동강령에 따른 제한이 엄격해 사실상 거래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통 운용사의 보안 절차도 부담으로 꼽힌다.
투자 담당 직원들은 출근하면 휴대전화와 노트북, 스마트워치를 전자식 보관함에 맡기고, 대만 증시가 마감하는 오후 1시 30분까지 돌려받지 못한다. 일부 회사는 가방을 검색하거나 업무용 컴퓨터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2024년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일했던 켄 차이는 AI 서버 간 데이터 전송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기업을 운용 펀드의 최대 보유 종목으로 편입했다. 그 기업 주가는 이듬해 5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 다시 6배 상승했지만, 차이는 개인 계좌에 한 주도 보유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7월 회사를 떠나 개인 투자의 재량권이 더 큰 타이베이 민간 투자회사로 옮겼다. 이 회사들은 대중에게 투자금을 모집하지 않는 일반 기업으로 등록돼 자산운용업계의 해당 거래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인력 이탈은 채용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의 한 대형 운용사에서는 지난 1년간 퇴사한 직원 약 10명 가운데 절반이 민간 투자회사로 옮겼고, 30~40대 운용역도 민간 투자회사와 역외 헤지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금융회사의 신입 지원자는 올해 절반으로 줄었다. 보수 격차도 배경이다.
대만 펀드매니저의 초임은 홍콩 동종 업계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연간 보수는 성과와 직급에 따라 12만4354~31만884달러인 반면, 홍콩의 연간 기본급은 22만9372~63만7144달러로 집계됐다. 두 수치는 산정 기준이 다르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개인 주식 거래와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재검토하되, 이해충돌 방지와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