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룩백’은 만화를 그리는 두 사람을 통해 “사람은 왜 창작하는가”를 묻는다. 지난 10월 7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창작자가 짊어진 업과 내면의 무언가를 다룬 작품이라며, 이야기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질문으로 품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답을 하나로 정리하기보다 후지노와 교모토의 서로 다른 동기, 그리고 함께 작업한 시간을 따라간다.
후지노는 만화가 잡지에 실리고 1등을 하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미래를 꿈꾼다. 성공과 사람들의 관심을 바라는 마음은 창작의 동력으로 제시된다. 반면 교모토는 학교에 가기 싫고 심심해서 그림을 시작하지만, 방 안에 오래 머무는 데 익숙하고 종이와 잉크의 감각, 그리는 습관 자체를 좋아한다.
리뷰가 조지 오웰과 오르한 파묵의 창작 동기를 함께 떠올리는 것도 이 대비 때문이다. 후지노의 꿈은 명성과 관심을 바라는 마음에, 교모토의 동력은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얻는 열정에 가까워 보인다.
두 사람은 함께 만화를 만들지만, 후지노의 꿈이 현실이 될 무렵 교모토는 “후지노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살고 싶다”며 떠난다.
충격적인 사건 뒤에는 후지노의 상상이 긴 시간을 차지한다. 영화는 그가 교모토 없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다른 현실을 그려내는 모습을 따라가며, 함께 작업하던 시절 들었던 “넌 왜 만화를 그려?”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성공을 이룬 후지노는 편집자에게 쓸쓸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리뷰는 그가 만화를 그린 이유 가운데 교모토와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가능성을 읽어낸다. 다만 영화는 그 해석을 확정하지 않고 침묵과 시선에 맡긴다.
‘룩백’은 100분 동안 손으로 그리는 장면과 디지털 기기로 그리는 장면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반복되는 ‘사각사각’ 소리는 창작의 낭만보다 한 땀씩 이어가는 노동을 전면에 놓는다. 도구가 달라져도 그리는 일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그 과정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돌려준다.
후지노가 뒤돌아본 곳에 있는 것은 완성된 성공이 아니라 등을 보인 채 묵묵히 그리는 두 사람이다. 영화는 명성이나 열정, 상실을 견디려는 마음, 곁에 있던 사람을 향한 마음을 창작의 이유로 제시하면서도 단일한 정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함께 질문을 간직하고 계속 그리는 감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