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과 화성의 동굴은 우주기지 후보로 주목받는다. 암석이 우주방사선과 작은 운석을 막아 주고, 동굴 안쪽은 우주의 극심한 밤낮 기온 차에도 비교적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곳을 실제로 기지로 쓸 수 있는지는 내부를 탐사해야 알 수 있다.
화성에서는 2000년대 들어 용암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구멍이 1000개 넘게 발견됐다. 용암동굴은 겉면이 먼저 굳은 뒤 안쪽 용암이 흘러나가며 생긴 빈 통로다. 과학자들은 구멍의 모양을 분석해 그중 349개가 동굴 천장이 무너져 생긴 ‘천창’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운석 충돌구라면 가장자리가 솟거나 주변에 튄 물질의 흔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부 구멍에서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구멍이 실제 동굴 통로와 연결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달에서는 지하 동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구멍이 관측됐다. 2024년 ‘고요의 바다’에 있는 지름 약 100m 구덩이에서 옆으로 약 30~80m 이어지는 통로가 확인됐다. 화성의 구멍들이 동굴 입구인지 판별하려면 내부를 직접 살펴봐야 하지만,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지형은 바퀴 달린 로버가 접근하기 어렵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022년부터 화성 동굴 탐사용 로봇 ‘리치봇’을 개발하고 있다. 몸체에서 뻗는 긴 팔 8개와 금속 가시가 달린 손으로 암석을 붙잡고, 레이저로 주변을 살펴 어느 바위를 잡을지 정하는 방식이다.
팔이 당기는 힘을 조절해 몸을 지탱하며, 아래쪽에는 카메라와 시료 채취 장비를 달고 뒤쪽 연결선으로 지상에서 전력과 통신을 공급받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2023년 팔 하나를 단 시제품으로 미국 모하비 사막의 용암동굴에서 암석을 붙잡는 시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구와 화성은 중력과 암석의 성질이 다를 수 있어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 화성의 후보 구멍이 실제 통로인지 확인하는 일과, 로봇이 그 안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일은 아직 별개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