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옥은 2018년 80세가 되던 해 책 1천 권을 읽겠다고 마음먹었다. “80살이면 이제 갈 나이”라고 생각했고, 더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책을 읽다가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가겠다는 결심이었다. 젊어서도 책을 읽고 싶었지만 삶의 굴곡을 헤쳐 나가느라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보험 영업을 하고 부산에서 한복 바느질을 하며 75살까지 일했다. 처음 세운 목표는 1천 권이었지만, 책 읽기가 재미있어 보도 당시 독서 기록은 1430권에 이르렀다.
박정옥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하루 5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 소설과 철학, 건강, 종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근에는 뇌과학 책을 읽고 있다. 읽은 책마다 번호를 매겨 기록한 독서 노트는 10권이다.
2025년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에서 독서 인구 비율은 60대 37.1%, 70대 25.8%, 80대 14.3%였고, 1인당 연간 평균 독서량은 각각 4권, 2.2권, 0.9권이었다. 그는 팔순 이후 독서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젊어서부터 좋아했던 책 읽기에 80세부터 본격적으로 나서 1430권을 읽었다.
책은 그가 오래 지녀온 생각을 돌아보게 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은 뒤 공산주의를 무조건 해악이라고 여겼던 믿음을 수정했고, 소작인들이 그런 사상을 택한 배경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태주의 시에서는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조정래의 소설에서는 역사 속 민초들의 삶이 불러오는 격정을 읽는다고 했다.
감동적인 책을 읽으며 자신을 반성하고, 성급하게 하고 싶은 말을 참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며 독서 일기에 솔직하게 적었다.
딸 지은영이 2025년 9월 SNS에 올린 4초짜리 독서 영상에는 ‘좋아요’ 1만6천 개와 댓글 1200개가 달렸다. 2026년 9월에는 강릉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박정옥의 독서 일기를 엮은 《늦은 나이는 없다》가 출간됐다. 그는 도서관에서 760권을 빌렸고, 남편과 딸이 책을 가져다주는 등 가족의 도움도 받았다.
박정옥은 독서를 ‘콩나물시루에 물 주는 일’에 비유한다. 물이 빠져도 콩나물이 자라듯,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못해도 읽는 동안 자신에게 조금씩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