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한인 노동자 후손인 애니깽 4~5세 가운데는 현지 의료체계의 한계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이 적잖다. 2026년 10월 17일 공개된 이윤현의 글은 추석 연휴에 의료봉사단 일원으로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메리다를 찾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현실을 전한다.
애니깽은 선박용 로프 재료인 에네켄의 현지 발음으로, 1905년 한인 노동자들은 목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가려는 꿈을 품고 멕시코로 건너갔다. 이들은 가시가 날카로운 용설란을 수확했다. 4년의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 조국은 일제의 침탈로 무너져 돌아갈 곳을 잃었고, 노동자들은 이역만리에서 삶의 터전을 새로 일궜다.
이들은 고된 노동과 굶주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냈다. 메리다 한인회관을 비롯한 멕시코 곳곳에는 고국을 향한 이들의 염원이 남아 있다. 글쓴이는 선조들의 헌신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후손들의 건강 문제와 의료 여건을 짚는다.
글은 마야문명이 9~10세기 무렵 갑자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원인을 둘러싼 여러 견해도 소개한다. 일부 학자는 16세기 스페인 침략자들이 가져온 외래 감염병으로 원주민의 90% 이상이 몰살했다고 분석한다.
다른 설명으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 옥수수 병충해, 인구 과밀로 인한 수질 오염과 감염병 유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글쓴이는 보건 환경이 공동체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질병을 바이러스 감염뿐 아니라 구성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지 못하는 상태까지 넓혀 바라본다.
이 관점에서 애니깽 후손의 의료 문제는 개인의 질환을 넘어 공동체가 구성원의 건강을 돌보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글쓴이는 일회성 봉사를 넘어 후손들의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