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은행원 조남경 씨는 봄부터 가을까지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겨울에는 여행을 다닌다. 성수기에 한 달 20일가량 일하면 월수입은 800만 원에 이른다. 다만 관광통역안내사의 일당은 30만∼60만 원 선이고 비수기에는 일이 줄어든다. 월수입만 보면 안정적인 상근직처럼 보이지만, 계절에 따라 일과 여가가 갈리는 직업이다.
조 씨는 은행에서 32년간 일한 뒤 55세였던 2023년 프리랜서 안내사로 새 출발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스페인어에 멕시코 파견 근무 경험까지 갖춰, 스페인어권 관광객을 안내할 수 있는 전문성이 경쟁력이 됐다. 은행에서 다양한 고객을 상대했던 경험도 손님과 대화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에는 외국어 외에 한국사·관광법규·관광학개론·관광자원해설이 포함되며, 한국사 비중은 40%다. 자녀들과 한국사를 공부한 경험을 살리고 나머지 과목은 인터넷 강의와 교재로 준비해 자격증을 땄다. 교재와 강의에 든 비용은 100만 원이 채 안 됐다.
가이드는 명소를 나열하기보다 손님이 아는 것과 한국의 이야기를 연결한다. 조 씨는 제주 천제연폭포의 웅장함만 강조하는 대신 칠선녀 전설을 들려주고, 촬영이 금지된 석굴암은 경주박물관의 제작 과정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먼저 설명한다. 멕시코 관광객에게는 광화문광장을 멕시코시티의 레포르마 거리에 빗대기도 한다.
익숙한 장소와 비교해 설명하면 낯선 관광지도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다.
수입 뒤에는 불규칙한 현장 업무가 따른다. 해외 항공편이 자정이나 새벽에 도착할 수 있고, 저녁 식사까지 포함된 일정은 근무 시간이 12시간을 넘기도 한다. 음식 알레르기를 겪은 손님을 응급실에 데려간 뒤로는 식당에서 재료를 꼼꼼히 확인한다. 고궁의 돌길과 계단, 휠체어 이용객을 돕는 일도 만만치 않다.
조 씨는 이런 부담 속에서도 관광객의 감탄과 인연을 일의 보람으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