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은 안정적인 삶을 꿈꾸다 보면 창작을 오래 이어가기 어렵다며, 고난에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년 8월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뉴콘텐츠아카데미(NCA) 쇼케이스 강연에서 송은이 미디어랩 시소 대표와 나눈 이야기다. 신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교육생들의 작품을 선보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창작 현장의 경험과 고민을 들려줬다.

장 감독의 조언에는 자신의 순탄치 않았던 시간이 담겼다.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감독 데뷔를 했지만 이후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4년 동안 준비한 영화가 제작 무산으로 끝나기도 했다. 영화 작업을 한동안 하지 못한 때 딸이 태어나자 ‘이제 끝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가족을 부양하려 방송 출연을 시작한 경험도 전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의 흥행 실패를 겪고, 강윤성 감독은 ‘범죄도시’로 데뷔하기까지 17년을 기다린 사례를 들며 창작자에게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연습은 특별한 작업실 밖에서도 가능하다. 장 감독은 버스 정류장에 선 사람의 가방을 보고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곤 한다. 인물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신발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살펴보며 인물의 모습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감상에 그치지 않고 메모한다. 운동선수가 반복해 훈련하듯, 창작자도 사람과 상황을 관찰하고 이야기 만드는 일을 습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의 취향은 빨리 바뀌어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장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창작의 기준으로 꼽은 것은 자신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 신이 나는지 여부였다.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어려운 시간을 버틸 동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함께 강연한 송은이도 슬럼프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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