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르쿠츠크의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일하던 다리야 시필로바 연구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숨지면서 옛 소련의 방역 연구체계와 연구시설의 안전관리가 다시 주목받았다.
사망 원인과 연구소의 안전관리 문제는 별개의 쟁점이다.
시필로바는 28세로, 2026년 10월 2일 사망했다. 초기에는 폐페스트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10월 16일 보도 시점에도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국은 안전수칙 위반이나 생물보안 관리 부실이 사망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르쿠츠크 연구소는 소련이 20세기 초 구축한 ‘안티플레이그 시스템’의 일부였다.
소련은 페스트 발생 지역을 감시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장 감시시설과 연구소 수백 곳을 세웠고, 수천 명의 연구원이 페스트균 변종과 풍토병을 살피고 설치류 퇴치와 백신 개발을 맡았다.
페스트균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는 설치류를 주요 숙주로 삼는다.
방역망은 생물무기 개발과도 접점이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방역시설은 병원체 시료를 군 연구소에 제공했지만, 이르쿠츠크 연구소 자체가 군사시설로 운영된 것은 아니다.
당시 연구원들은 연구 내용을 외부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고, 시설 건물을 일반 주택처럼 보이게 지은 사례도 있었다.
안전관리 우려는 과거 기록과 증언에 남아 있다.
소련 방역 연구체계 관련 기록에는 사육 동물의 감염병, 실험실 화재, 병원체 시료 분실 사례가 담겼다.
2000년대 초 구소련 지역 연구소를 방문한 생물방어 전문가 소니아 벤 우아그람-곰리는 창문이 열린 실험실의 탁자에 페스트균 배양체가 놓여 있었다고 회고했다.
일부 시설은 병원체 시료의 이동·보관 기록을 종이와 펜으로 관리하고 출입 통제도 미흡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뒤에도 대부분의 방역 연구시설은 운영을 이어갔다.
이르쿠츠크 연구소의 전 소장 이고리 도마라츠키는 장비와 기술 도입이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이후 구소련 국가 일부 시설은 국제 지원으로 개보수되거나 새로 지어졌지만, 러시아는 외국 연구자와 정부 관계자의 시설 접근을 제한해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