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뇌를 침범해 치명률이 최대 70%에 이르는 희귀 곰팡이 감염증이 늘고 있다. 원인균인 ‘클라도피알로포라 반티아나’는 흙과 부패한 유기물에 서식하며, 면역력이 정상인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미국에서 확인된 감염 사례는 추정 사례 1건을 포함해 총 48건이다. 연간 1~5건이던 보고는 2024년 8건, 2025년 14건으로 늘었다. 환자의 88%는 뇌 조직 검체에서, 12%는 폐 조직 검체에서 진균이 검출됐다.
캘리포니아 6건, 플로리다와 텍사스 각각 5건 등 21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사례가 확인됐다.
감염은 포자를 들이마시거나 열린 상처를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균이 혈류를 타고 중추신경계에 도달하면 뇌에 괴사 조직과 고름으로 이뤄진 농양을 만들 수 있다. 뇌 부종과 조직 손상으로 시력·언어 장애, 기억 상실 등이 나타나며, 초기 증상이 뇌종양과 비슷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감염자의 약 절반은 기저질환이나 면역 저하 병력이 없는 성인이다. 수술과 강력한 항진균제 치료에도 예후가 나쁜 경우가 있으며, 최적의 치료를 받은 44세 환자가 확진 3개월 만에 사망한 사례도 보고됐다.
워싱턴대학교 의대 진균 연구소 자료에서도 검출률이 높아졌다. 2017~2023년 신경계 검체 1000건당 평균 8.4건이 검출됐고, 2025년에는 같은 기준으로 26건이었다. 연구를 이끈 조슈아 리버만 박사는 국가 차원의 감시 체계가 없어 실제 감염 규모가 보고된 수치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감염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기온 상승은 진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높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하던 곰팡이가 내성을 갖도록 변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열대·아열대 지역의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이 진균은 서식지를 넓히고 있으며, 2022년 프랑스에서도 감염 사례가 증가했다.
야외에서 흙을 다룰 때는 상처를 보호하고 포자 흡입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