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다음 달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휴머노이드 전문 기업이 증시에 직접 상장하는 첫 사례로, 두 발로 걷는 로봇 ‘디지트’를 외부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도요타의 캐나다 공장과 물류기업 GXO, 자동차 부품사 셰플러, 전자상거래 기업 메르카도리브레 등 고객사의 9개 시설에서 로봇이 실제 작업 중이다.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투자자로 참여했고, 이번 상장에서는 대만 폭스콘이 기관투자자 자금 유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방식은 일반적인 기업공개가 아니라 스팩과의 합병이다. 현지시간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합병 증권신고서의 효력을 승인했으며, 다음 달 2일 스팩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11월 중 나스닥에 입성한다. 합병 전 기업가치는 25억달러, 우리 돈 3조원대로 책정됐다.
상장으로 6억2,000만달러 이상을 조달할 예정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33억6,000만달러,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스팩 투자자가 투자금을 돌려받고 나가면 실제 조달액은 줄어들 수 있다. 스팩 합병은 기업과 스팩이 협상해 몸값을 정하므로 미래 성장 전망이 평가에 크게 반영되기도 한다.
실적과 몸값의 간격은 논란이다. 어질리티의 지난해 매출은 178만달러, 20억원대였지만 영업손실은 1억4,000만달러로 매출의 79배에 달했다. 합병 전 기업가치는 연 매출의 약 1,400배다. 이는 8월 상장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의 매출 대비 36배 수준과 대조된다.
유니트리는 흑자를 내는 반면 어질리티는 적자다. 어질리티는 로봇 1,000대를 3년간 공급하는 3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내세우지만 고객사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금도 정해진 조건을 달성해야 들어온다.
지난해 매출의 3분의 2가량이 자사 투자자와 관련된 회사에서 나왔다는 점도 외부 수요가 충분히 검증됐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어질리티의 상장 후 시장 평가가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지난해 순손실 5,284억원을 냈고, 최근 5년간 누적 손실은 1조7,000억원을 넘었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대규모 현장에 투입하지 못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로봇을 투입해 양산을 검증한다는 입장이다. 증권가가 보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최대 145조원이다.
어질리티가 상장 후 강세를 보이면 로봇 기업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지만, 부진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높은 평가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라는 확실한 수요처가 있다는 차이 때문에 두 회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