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면 지상·해양·우주·항공을 아우르는 국내 첫 종합 방산그룹이 될 수 있다. 해외 대형 방산업체와 경쟁할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국내 공급망이 한 그룹에 집중되면 정부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은 올해 8월 KAI 지분 15.9%를 확보해 2대주주가 됐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분 26.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최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업 결합의 근거로는 수출 기반과 통합 역량이 꼽힌다. KAI의 올해 상반기 매출처 가운데 방위사업청 등 내수 비중은 48.2%, 폴란드 등 완제기 수출국과 해외 기업 비중은 51.8%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부문 수출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유럽·중동에서 대형 계약을 맺었다. 현재 발사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위성·완제기 플랫폼은 KAI로 역량이 나뉘어 있다. 결합하면 이들 역량을 한 그룹에서 연결할 수 있다.
양사의 수출 대상국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지상무기와 FA-50을 묶은 수출, 수출금융, 현지 생산 협상에서 단일 창구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미국 대형사와 경쟁하기 위해 방산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몸집을 키우는 움직임이 있었다. 프랑스의 탈레스와 에어버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는 일부 방산 부문을 통폐합했고, 독일 라인메탈은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했다. 이와 별도로 영국 BAE시스템즈와 미국 노스롭그루먼도 우주 관련 방산업체를 사들였다.
유럽의 통합 논의에서는 독점 여부보다 누가 더 빨리 차세대 무기를 개발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방위산업의 사실상 유일한 구매자이자 규제자여서 공급업체 간 경쟁이 약해질 경우 조달 가격과 국방예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13일 방산업체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사실상의 안보 거부권을 주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안 이유에는 독과점 우려와 함께 군사작전요구성능, 핵심기술·군사기밀 보호 문제가 담겼다. 발의 시점이 한화의 지분 확대와 겹쳐 한화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정부가 유일한 구매자인 방위산업에서는 민간 시장의 독점규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성장을 막기보다 입찰 가격 협상력 저하와 협력업체 종속을 방지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