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메모리 모듈(RDIMM)을 연말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차오칸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에서 핵심 기술 개발에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CXMT는 관련 특허를 300건 이상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발표가 알려진 뒤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7.39%, 10.09% 하락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의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에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가 겹친 것으로 풀이됐다.
4F²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의 면적을 줄이는 설계다. 회로의 최소 선폭을 F라고 하면, 널리 쓰이는 6F² 구조의 셀 면적은 최소 선폭 제곱의 6배이고 4F²는 4배다.
셀 면적을 약 33% 줄이면 같은 공간에 이론상 셀을 50% 더 배치할 수 있어, 칩 크기를 유지하면서 용량을 늘리거나 같은 용량을 더 작은 칩에 담을 여지가 생긴다. CXMT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고 게이트가 전류 통로를 감싸는 ‘수직 서라운드 게이트(VSG)’ 기술로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셀 구조만으로 실제 집적도와 성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회로 선폭과 제조 공정도 중요해, 4F²를 적용해도 선폭이 크면 기존 6F² 제품보다 집적도가 낮을 수 있다. 수직 구조에서는 누설전류를 억제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작은 공정 오차가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율이 낮으면 생산비용이 오히려 커진다. CXMT는 제품 사양과 수율, 생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고 실제 양산 시점이나 글로벌 고객사 공급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 15일 반도체대전에서 노근창 세미콘리서치랩 대표는 정밀 계측·검사 장비가 대량생산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주요 장비업체들이 CXMT에 관련 장비를 공급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버용 D램은 높은 신뢰성이 필요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글로벌 고객사가 채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 대표는 인텔·AMD·엔비디아 등의 채택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될 여지는 있다고 봤다.
기술 격차도 남아 있다. 증권가는 양산 시점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CXMT의 D램 공정 격차를 5~7년으로 추정했다. 다만 한국 기업도 4F²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4F² 기반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 기술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는 2025년 6월 4F² 수직 게이트 플랫폼과 3차원 D램 개발 방향을 공개했다. 국내 업체들이 양산 일정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D램 시장 호황으로 기존 제품에서 수익을 내는 상황은 신공정 전환을 서두를 유인을 낮출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규제로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정 미세화 대신 셀 구조를 바꿔 집적도를 높이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후발 업체의 독자 기술이 성과를 낸 전례도 있다.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YMTC)는 엑스태킹(Xtacking)을 상용화했고, 삼성전자와 관련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사례가 CXMT의 양산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기술적 접근의 차이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술 발표와 별개로 CXMT의 시장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CXMT는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회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2026년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상승하며 세계 4위 자리를 굳혔다.
범용 D램 공급이 늘면 가격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고, 4F² 제품이 서버 시장에 진입하면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기술 경쟁력은 구조의 참신함만이 아니라 수율과 품질을 갖춘 안정적 양산, 고객 인증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