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관계 끊는 자녀 증가, 미국 조사에 나타난 단절 이유

포근한다람쥐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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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는데, 대체 왜 연락을 끊었을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독자 코너에 한 부모가 보낸 사연에 담긴 질문이다.

WSJ에 따르면 올여름 시카고에서는 자녀와 연락이 끊긴 부모들이 모인 콘퍼런스가 열려 200명이 넘는 부모가 현장을 찾았고, 약 250명은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했다.

호주에서 온 부모도 있었다.

28세 아들과 3년째 연락이 끊긴 은퇴 행사기획자 로빈 브릴(60)은 “대체 왜 이 아이들이 이런 일을 하려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관계 단절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유고브가 지난해 7월 24일부터 8월 1일까지 미국 성인 4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8%는 부모·자녀·형제자매·조부모 등 가까운 가족 중 누군가와 현재 관계가 끊겼다고 답했다.

부모와 관계가 단절된 사람은 16%, 성인 자녀와 단절된 부모는 10%였다.

부모와 관계가 끊어진 응답자 가운데 38%는 자신이 먼저 연락을 끊었다고 했으며, 부모가 먼저 관계를 끊었다는 응답은 20%였다.

자녀와 단절된 부모의 경우 46%가 자녀가 먼저 연락을 끊었다고 답했다.

단절 이유에 대한 설명은 양쪽이 달랐다.

부모와 관계를 끊은 성인 자녀는 부모의 조종·통제 행동과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를 각각 34%씩 꼽았고, 거짓말이나 배신은 31%였다.

반면 자녀와 단절된 부모는 거짓말이나 배신(24%), 가치관·생활방식 차이(21%), 이혼으로 인한 갈등(20%)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관계를 바라보는 문화도 변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통제와 정서적 학대를 설명하는 심리 콘텐츠가 퍼지면서, 가족과 거리를 두는 일은 자기 보호와 경계 설정의 관점에서 논의된다.

미네소타대 가족사회과학 명예교수이자 가족치료사인 윌리엄 도허티는 가족 단절이 과거의 금기에서 용인되는 선택으로 옮겨가는 ‘문화적 변곡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가족과 연을 끊는 일이 용인될 뿐 아니라 때로 자기 보호를 위한 선택으로 지지받는다는 설명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월 가족 단절을 ‘조용한 전염병’에 비유하며,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부모와 성인 자녀의 관계 단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트라우마’나 ‘경계 설정’ 같은 온라인 심리 용어로 사람들이 가족관계를 스스로 진단하고 기존 갈등을 해석하는 현상도 짚었다.

심리치료사 캐서린 카발로는 젊은 세대가 가족에 대한 의무를 이전 세대와 다르게 받아들이며, 정서적 성장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불편한 관계를 감내하려는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심리학회 최고경영자 제나 버지스는 정신건강 문제와 가족 내 편애·중독·폭력, 사랑과 소속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관계 등이 단절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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