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영화 《남한산성》의 첫 장면을 원작 소설과 다른 점으로 꼽았다. 김상헌이 언 강을 건너 남한산성으로 향하도록 도운 늙은 뱃사공을 죽이는 대목이다. 2017년 9월 27일 서울 시사회 뒤 황동혁 감독과의 대담에서 김훈은 이 장면을 두고,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 얼어붙은 산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선이 인물의 행동에만 머물지 않고 그 일이 벌어진 땅까지 담아내는 연출이었다.

김훈에게 그 풍경은 단순한 겨울 배경이 아니었다. 그는 뱃사공의 죽음과 죽임이 “조국의 산천에서 벌어지는 비극”임을 영화가 냉정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한 인물의 선택을 선악의 판단으로만 좁히기보다, 비극이 벌어지는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는 해석이다. 김훈이 영화에서 느꼈다고 밝힌 ‘뜨겁고 격정적인 것들을 냉엄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이 장면에 응축돼 있다.
소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에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머문 47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훈은 영화가 감독과 배우의 것이지 자신의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소설로 표현하려 한 의도를 영상으로 잘 옮겼다고 말했다. 특히 문장으로 존재하던 생각이 배우의 목소리와 표정을 통해 ‘관념에서 실존으로’ 바뀌는 경험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첫 장면에 대한 그의 평가는 영화가 원작의 문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대신, 화면의 시선으로 비극의 무게를 표현했다는 감상으로 이어진다.
참고 자료
남한산성 첫 장면, 김훈이 읽은 김상헌과 늙은 뱃사공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