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계수나무 곁을 지나면 솜사탕이나 캐러멜 같은 단내가 난다.
향이 가장 짙은 때는 단풍이 절정일 때라기보다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기 직전부터 막 떨어진 뒤까지다.
하트 모양 잎이 노랗거나 붉게 물들어 바람에 흔들릴 때, 또는 갓 떨어진 잎을 흔들 때 달콤한 향이 짙게 퍼진다.
원인은 말톨이라는 성분이다. 봄에 나온 새잎에도 말톨은 있지만 그때는 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을이 되어 나무가 잎을 떨굴 준비를 하면 늙어가는 잎에 말톨이 많이 축적되고,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향이 드러난다.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을 때 자극에 반응해 향을 내는 식물과는 다른 방식이다.
말톨이 쌓이는 이유는 확정되지 않았다.
식물을 보호하는 작용일 수도 있고, 노화 과정의 물질대사나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일 수도 있으며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도 있다.
계수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이 향수와 향미 증진제로 쓰이는 것은 이 향기 물질의 활용 사례다.
말톨은 잎갈나무속 식물과 구상나무를 포함한 전나무속에서도 발견되지만, 계수나무에서 특히 많이 생성된다.
사람마다 향을 감지하는 정도도 다를 수 있다.
계수나무는 중국과 일본이 원산이며, 국내에는 근대, 즉 일제강점기 전후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에서는 산지 숲에 자라고, 높이 30m, 둘레 6m 이상으로 크게 자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주변에 새싹인 맹아를 내 원래 줄기가 죽은 뒤에도 새 줄기로 이어 살아간다.
일본 중부 지치부산맥의 자연림에서 226년 된 계수나무를 조사한 연구는 주된 줄기 주변에 7년에서 92년 사이의 다양한 연령대 맹아가 있음을 확인했다.
여러 줄기가 한 뿌리나 밑동에서 자라므로 둘레만으로 나무의 나이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동요 ‘반달’의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는 앞서 설명한 식물을 가리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달에 있다는 상상의 나무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옛 문헌의 ‘계수’도 은거의 상징으로 쓰이거나 잎갈나무, 계피나무류, 목서류를 가리키기도 해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