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크대에서 음식물쓰레기를 갈아 하수도로 보내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하수관 막힘과 수질오염 우려로 1995년부터 판매·사용이 금지됐다. 정부는 음성 유통을 관리한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인증 제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했다.
인증 기준은 음식물 찌꺼기의 80% 이상을 걸러 따로 버리고, 20% 미만만 하수도로 흘려보내도록 한다.
하지만 인증 제품도 판매·설치 과정에서 불법 개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조사한 2024~2025년 시판품 40개 가운데 39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찌꺼기 거름망을 빼거나 별도의 2차 회수 장치를 없앤 사례가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집계상 2013년 이후 주방용 오물처리기는 누적 101만3806대 판매·설치됐고, 이 중 분쇄형은 62만5485대로 62%를 차지한다.
거름망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음식물 찌꺼기가 하수도로 흘러들어 막힘과 오수 역류, 악취를 일으킬 수 있다. 김포시는 지난해 5월 불법 제품으로 하수관 막힘이 늘어 준설을 반복하고 관리 비용도 커졌다고 밝혔다. 소비자 사례도 있다.
인천의 50대 여성은 2019년 업체 안내에 따라 거름망 없이 설치했고, 불법임을 알게 된 뒤에도 다시 기사를 부르기 번거롭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한다고 말했다.
제도 정비도 늦어졌다. 현행 하수도법은 오물분쇄기 판매·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정부는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두지 않은 채 고시로 인증 제품의 가정 사용을 허용해 왔다. 법제처는 2020년 인증제의 법률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인증·검사와 업체 관리, 위반 처벌 근거를 법에 마련하고 거름망을 쉽게 제거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국회·법제처와 협의 중이다. 불법 제품을 제조·판매한 경우 처벌 규정은 있지만, 설치 과정의 개조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