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능을 갖춘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논술시험에서 잇따라 적발됐지만, 이를 탐지하는 기술을 올해 11월 수능 시험장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3일 서울시립대 자연계열 논술시험과 10일 연세대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쓴 수험생이 적발됐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고사장 환경과 주변 여건이 달라 올해 전파탐지기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수능 때 AI 안경 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매 교시 응시자의 안경을 개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전파·방송·정보보안 분야 국가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9월 29일 스마트 안경의 전파 신호를 포착하는 탐지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전파탐지기는 넓은 주파수 대역을 읽어 신호를 세밀하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출시된 스마트 안경은 대체로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한 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정보를 보내고, 처리 결과를 안경으로 받는다. 이 통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신호를 잡아내는 것이 개발 중인 장비의 목표이며, KCA는 이를 내년부터 국가자격시험장에서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KAIST 한준 교수는 착용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스마트 안경이 보편화될 때 대응하기 어렵다며 촬영을 방해하는 기술, 시험지 분석 AI를 교란하는 적대적 머신러닝, 광학적 카메라 탐지 등을 대안으로 들었다.
한 교수가 공동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폰에 장치를 부착해 렌즈 반사광과 일반 물체의 반사광을 AI로 구분하고 카메라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다만 그는 카메라가 켜졌는지를 알아내는 해결책이 아직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험 부정행위 외에 사생활 침해와 해킹도 우려된다. 스마트 안경이 모으는 정보는 착용자의 일상 전반에 걸쳐 있어, 유출될 경우 고정형 장치나 스마트폰보다 피해 범위가 넓을 수 있다. 외부 공격자가 악성코드를 심으면 사용자가 모르는 사이 카메라나 마이크가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한 교수는 로봇뿐 아니라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기기와 AI를 ‘피지컬 AI’로 볼 수 있다며, 관련 보안에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발사의 악용 방지 책임과 보안 설계도 과제다. 카메라를 사용할 때 표시등이 켜지도록 해도 사용자가 불빛을 가리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박재형 서울대 교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제작 중인 증강현실(AR) 안경 백서에 사생활 침해 예방 권고안을 담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