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4분기 중저가 스마트폰 생산 계획을 낮춘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뿐 아니라 PCB 원재료 수급 부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CB에 쓰이는 동박적층판(CCL)용 유리섬유 가격이 오르면 제조원가가 높아져, 판매량을 늘려도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CL용 유리섬유 방적사를 주력 생산하는 일본 닛토보는 스마트폰 PCB에 쓰이는 E-글래스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용 T-글래스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 영향으로 E-글래스 생산량이 줄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E-글래스는 스마트폰의 경성회로기판(RPCB)인 주 기판(HDI)과 경연성회로기판(RFPCB)의 프리프레그 등에 사용된다.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올랐고,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갤럭시A 등 중저가폰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설명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중저가폰 기본형 가격도 전작보다 10만원 이상 높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량 비중이 큰 중저가 갤럭시A를 공격적으로 출하하면 수익성 개선이 어렵고, MX 사업부 직원 성과급 지급을 위해서도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전달한 4분기 부품 발주량 전망치를 추석 연휴 전보다 20~30%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망치는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2억3000만대 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업계가 당초 기대한 2억4000만대보다 적다.
월별 스마트폰 생산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9월 중순에 제시된 10월·11월·12월 전망은 각각 1430만대, 950만대, 760만대로 합계 3140만대였다. 10월 초순 제시된 전망은 각각 990만대, 760만대, 670만대로 낮아져 합계가 2420만대가 됐다.
삼성전자 MX·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2분기 735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증권가에서는 연간 4000억원 적자를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아직 내년 스마트폰 사업계획을 협력사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7 등 플래그십 제품의 출하 계획은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래그십폰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폴더블폰 출하량을 늘릴 예정이어서 일부 협력사가 관련 부품의 생산능력 확대 일정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