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협력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중국 업체들이 유럽의 자동차 제조 기술을 배우던 것과 달리, 이제는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 유럽 기업들이 중국의 전기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활용한다.
2026 파리모터쇼를 계기로 스텔란티스는 립모터·둥펑자동차와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의 기술과 생산 효율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는 13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자사의 핵심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중국 기업과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개발을 통해 중국 업체들이 빠른 개발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는 오펠과 립모터가 개발하는 중형 전기 SUV에 중국의 개발 역량과 오펠의 브랜드·차량 개발 경험을 결합해 약 2년 안에 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추진한다. 립모터에 이어 둥펑과도 생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3년 샤오펑과 장기 기술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시장용 전기차 2종을 공동 개발해 왔다. 첫 모델인 전기 SUV ID.UNYX 08은 약 24개월의 개발을 거쳐 올해 3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양사는 전자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 기능을 중앙 컴퓨팅 시스템 중심으로 통합하는 전자·전기 아키텍처 CEA도 공동 개발했다. 아우디는 상하이자동차와 전기차 플랫폼 ADP를 개발해 AUDI E5 스포트백과 AUDI E7X에 적용했다.
양사는 지난 4월 상하이 공동 기술개발 거점을 확대하고 차세대 전기차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내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파리모터쇼에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약 22개가 참가해 전체 자동차 브랜드 61개 중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2024년 참가 브랜드 10개와 비교하면 2.5배다.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약 10.7%에 이르렀다. 유럽 업체들은 중국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유럽 시장에서는 이들과 직접 경쟁한다.
독일 자동차경영센터의 슈테판 브라첼 연구원은 과거 중국이 독일 자동차 기업에서 배웠지만 이제는 독일 기업이 중국에서 기술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