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세 300만원을 받는 건물주 A씨에게 1층 음식점 세입자 B씨가 “이번 달까지만 장사하겠다”고 알렸다. 계약은 아직 10개월 남았다. 남은 월세는 3000만원인데, B씨가 폐업하면 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될까?
원칙적으로 폐업만으로 임대차 계약이 자동 종료되지는 않는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고 중도해지 특약도 없다면 세입자는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내기 어렵다. 폐업은 통상 세입자가 감수해야 할 사업상 위험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주는 계약에 따라 월세를 청구할 수 있고, 계약이 끝날 때 미납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한 뒤 나머지를 돌려줄 수 있다.
다만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가 임대차는 다르다. 세입자가 해지를 통보하면 건물주가 통보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 계약 해지 효력이 생긴다. 보증금 규모와 계약 조건에 따라 적용 법률이나 해지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청구권이 있다고 소송이 늘 이득인 것은 아니다. 세입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판결을 받아도 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점포가 비어 있는 동안에는 새 임차인을 구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남은 월세에서 소송 기간과 비용, 회수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합의로 포기할 금액과 새 임차인이 들어와 얻을 월세를 비교하라고 조언했다. 보증금 잔액과 원상회복 비용, 새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걸릴 시간도 함께 따져야 한다.
합의해지를 택한다면 종료일, 보증금 반환 시기, 위약금, 원상회복 범위와 관리비 정산을 서면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 위약금은 일률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어 남은 계약 기간과 예상 공실 기간 등을 고려해 협의할 수 있다.
세입자가 새 임차인을 데려오면 건물주는 자금 사정과 업종 등을 확인해 계약 여부를 판단하되,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 분쟁이 될 수 있다. 전기·수도를 끊거나 잠금장치를 바꾸는 대응도 피해야 한다. 대법원은 2007년 임대차 기간과 보증금이 남은 상황에서 단전·단수한 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