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직장인이 말하는 관리자 기피와 직급의 책임

칼퇴를꿈꾸며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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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당첨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농담과 달리,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공은태 팀장(이준혁)은 당첨 뒤에도 사무실로 돌아온다.

세금을 뗀 당첨금은 13억 원이다.

아파트 중개인에게 연봉 7천만 원이면 30억 원 자산을 가진 것과 다름없다는 말을 들은 그는 돈을 쓰기보다 지금의 생활을 이어가기로 한다.

직장 생활 20년 차인 필자는 집 마련 비용과 별개로 매달 3천만 원 이상을 쓰는 생활을 상상해 계산했던 부부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 기준으로 13억 원은 약 3년 7개월 동안 일하지 않을 자유에 해당한다.

당첨금은 공 팀장에게 회사를 덜 두려워하고 행동할 여지를 준다.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팀원들을 데리고 나간 양준호 대리(서현우)에게 “적당히 했어야지!”라고 호통치는 장면이 그 변화를 보여준다.

필자는 이 작품을 2014년 tvN <미생>을 2026년의 직장으로 옮겨 놓은 듯한 오피스물로 읽는다.

개인의 능력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와 직급에 따라 달라지는 시야, 회사 안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직장 내 권력관계는 파라디몰 팀장이 입점 브랜드 담당자에게 짐을 나르게 하는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거절하지 못하는 박기태 사원(홍진기) 대신 양 대리가 나서며 갈등이 벌어진다.

마지막 회에서 팀장은 사과하고 양 대리는 받아들이지만, 필자는 현실에서 이렇게 매끄럽게 마무리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함께 일하려면 벌어진 일을 수습하고 다시 거래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는 대사가 눈에 남는다.

백화점 협상에서 전무는 공 팀장에게 협상을 맡기고 부장과 차장에게 분위기를 맞추라고 한다.

전무는 직접 협상하지 않더라도 참석해 회사가 사안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무게를 전달한다.

좋은 식사 자리도 개인의 특권이라기보다 업무 목적에 따라 마련된 배경이라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필자는 관리자가 되어본 적이 없으며, 근속연수에 따른 승진보다 공석에 지원해 관리직과 비관리직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던 미국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하면 실무자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관리자의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승진 뒤 사람을 관리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마지막 회에서 공 팀장은 승진 기회를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쓰려 한다.

대표는 불합리한 제도를 바꿀 수도 있는 기회를 한 직원의 전환에 쓰려 한다고 지적한 뒤, 그 직원을 해고하는 일을 승진 선물로 제시한다.

대표가 공 팀장에게 더 넓게 보라고 가르치면서 그 대가를 계약직 직원의 일자리로 치르게 한 셈이다.

이 장면은 관리자의 결정에 다른 사람의 일자리와 기회가 걸릴 수 있다는 책임을 드러낸다.

공 팀장의 활약에는 당첨금뿐 아니라 그동안 일을 마무리하고 문제에 책임지며 쌓아온 신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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