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에는 정보보안 실무 경력을 갖춘 사외이사가 없다. 2026년 10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와 5개 은행 사외이사 66명의 공개 약력에서 정보보안 업무 전담 경력자는 0명이었다.
IT·디지털 전문가로 분류된 10명도 주로 AI·빅데이터·디지털 경력으로, 사이버보안이나 정보보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한 이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전문성 분류 방식도 경계가 흐릿하다. 우리금융은 디지털·AI·데이터·정보보호·IT보안을 한 범주로 묶어 김영훈·류정혜 사외이사를 ‘디지털·AI·IT보안’ 전문가로 분류했다. 김 이사는 다우기술 대표를 지냈고, 류 이사는 네이버·NHN·카카오 등에서 마케팅과 사업전략을 맡았다.
이처럼 여러 분야의 경력을 한데 평가하면 보안 실무 전문가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보안 전문 경력자가 활동한 사례도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을 지낸 문수복 교수가 올해 6월까지 사외이사였지만, 이후 선임된 정윤경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는 AI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씨티은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출신 권숙교 전 사외이사가 2023년 3월까지 활동했다.
농협금융지주도 IT·디지털 전문가로 분류됐던 이윤석 이사가 올해 3월 퇴임한 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없는 상태다.
이사회가 보안 현안을 판단해야 할 책임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금융회사 CISO는 중대한 보안 사안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금융보안원 안내서에는 취약점 평가와 사고 대응, 외부 위탁업체 보안관리 점검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보안 분야 사외이사를 포함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소비자보호 전문가 영입과 달리 IT보안 전문가는 충원되지 않았다. 순천향대 염흥열 교수는 보안 전문가가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해 관련 예산과 인력 확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