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에서 2020~2024년 사내 의사로 일한 직업의학과 전문의 천위쉬안(가명)은 2026년 9월16일 한겨레21 인터뷰에서 회사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말에 의문을 나타냈다. 다만 그는 2026년 TSMC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근거로 든 것은 TSMC의 2025년 지속가능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업무 부담에 따른 중·고위험군 직원은 5899명이며, 이 가운데 1361명은 의사의 권고로 노동시간 제한 또는 업무 조정을 받았다.
천위쉬안은 TSMC가 노동시간 제한이나 업무 조정을 권고하는 기준이 월 연장노동 80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1361명이 한 달에 연장노동을 80시간 넘게 했으며, 의사가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라고 해석했다.
대만 노동기준법상 연장노동은 하루 최대 4시간이고 월 총량은 원칙적으로 46시간을 넘을 수 없다.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가 동의해도 월 상한은 54시간이다.
그가 본 과로의 배경에는 성과 지표와 상여금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끝내려는 자발적 동기도 있었다. 업무 계획을 스스로 짜는 엔지니어도 마감에 맞추려 회사에 남았고, 높은 급여와 사명감이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로를 호소하는 노동자에게 월 야근을 20시간 이상 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었다. 인사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역할의 한계였다. 다만 천위쉬안은 TSMC가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라 의사의 권고를 비교적 잘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상시 노동자 6천 명 이상인 대기업에 직업의학과 전문의 한 명 이상을 상용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천위쉬안은 과로 해결책으로 인력 확충과 마감 기한 조정을 제시했다. 반도체 노동이 과로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노동시간이 길어서 TSMC의 경쟁력이 생겼다는 해석도 결과론이라고 지적했다.
고객사 설계도를 받아 생산하는 TSMC와 설계·제조를 함께 하는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 차이도 경쟁력을 살필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이 확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5년 지속가능보고서에는 노동자의 건강·질병 예방과 관련한 구체적 수치가 담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