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이 기술 확보를 넘어 생산 현장에서 사업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룹은 2021년 6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11억달러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1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제품형을 공개하고 미국 본사에서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와 구글 딥마인드에 로봇을 배치하고 내년 초부터 추가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룹은 지난달 21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RMAC 개소를 발표했다. 아틀라스는 이곳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춰 배열하는 작업 등을 훈련한다.
그룹은 2028년 부품 서열화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방침이며, 미국에 연간 3만대를 생산할 시설도 추진하고 있다.
공장에 로봇을 배치하는 것과 생산을 안정적으로 맡기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아틀라스가 장시간 작업하며 부품 위치와 상태 변화에 대응하고, 오류가 나도 작업을 정상적으로 재개해야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달 7일 아마존 출신 AI 전문가 로히트 프라사드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회사는 신임 CEO 선임과 함께 아틀라스를 여전히 개발 중인 전기식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소개했다. 외부 고객 사례가 있는 물류 로봇 스트레치는 DHL이 2023년 북미에서 도입한 뒤 영국과 유럽으로 활용을 확대했다.
DHL은 지난해 5월 1000대 이상 추가 배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스트레치는 시간당 최대 700개의 상자를 하역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도 올해 1월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공급 협력을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의 설계·양산 경험을 로봇 생산비 절감과 내구성 개선에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수익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난해 매출은 1501억원, 당기순손실은 5284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29.2%, 340억원 늘었지만 순손실은 879억원 확대됐다. 손실 증가액이 매출 증가액의 두 배를 웃돈다.
현대글로비스의 추가 납입액도 2024년 약 673억원에서 지난해 약 891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룹은 지난 7월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통지에 따라 잔여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분 매입대금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운영자금으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생산시설 확충 재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할 수 있다.
그룹 내부 공장 도입이 사업성을 높이려면 로봇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설비투자와 운영 비용을 웃돌아야 한다. 외부 고객에게 선택받고 반복 주문을 확보하는 한편, 고객별 개발과 현장 지원 비용을 낮춰야 생산 확대가 이익으로 이어진다. 투자 회수의 시점과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변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는 그룹 계열사와 정의선 회장 개인이 주주로 참여해 기업가치 상승이 특정 상장 계열사의 가치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공개(IPO)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지난달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2027년 상장이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