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틈에서 물이 증발하지 않는 원리 규명…반도체·바이오 응용 가능성

정주행중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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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
내용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 · 소재: Microsoft Fluent Emoji

일상에서 쏟은 물은 마르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듯하지만,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좁은 틈이나 입자 사이에는 극미량의 물이 남을 수 있다. 성균관대 원병묵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KAIST 강성훈 교수팀은 고해상도 X선 영상으로 이 물이 두 입자 사이를 잇는 ‘물다리’ 형태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실시간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9월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됐으며, 성균관대는 14일 이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약 20나노미터 해상도로 물의 증발 과정을 분석했다. 주변의 물이 모두 마른 뒤에도 두 입자 사이에 약 2피코리터(pL)의 물다리가 남아 안정성을 유지했다. 1pL은 1조분의 1리터다.

피코리터 수준의 물다리가 존재한다는 점은 선행 연구로 알려져 있었지만,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증발 과정에서 형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물이 남는 이유를 모세관 힘과 흡착 작용의 균형으로 설명했다.

물 표면을 오목하게 당기는 모세관 힘과 물 분자를 고체 표면에 붙드는 흡착 작용이 맞물려 에너지가 낮은 안정 상태를 만들고,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어렵게 한다.

이 원리는 반도체 제조 현장의 세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미세 구조에 남은 수분은 부식이나 합선을 일으킬 수 있어, 잔류 수분을 제어하면 공정 불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 물리 원리가 대기 중 먼지와 수분이 비구름을 만드는 과정, 식물이 잎으로 물을 내보내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연구 결과가 반도체 소자의 안정성뿐 아니라 대기과학과 바이오 물질 전달 등 기초·응용 과학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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