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렘피카》에서 ‘파괴권’으로 만난 마리네티

댕댕이와함께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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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은 여성성이 강한 인물을 주로 맡아 왔지만, 2016년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구두 공장 사장 찰리 역을 선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번에는 뮤지컬 《렘피카》에서 미래주의 예술가 필리포 마리네티를 연기하며 또 다른 변신에 나섰다. 작품은 202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삶과 러시아 혁명,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호영은 2026년 3월 21일부터 6월 2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 무대에서 조형균과 마리네티 역을 나눠 맡았다.

리비아의 이탈리아 언론인들과 필리포 마리네티 자료사진 · Unknown author Unknown author · 원본 · Public domain

그는 러시아 수용소장으로 먼저 등장해 굵고 절도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 뒤 마리네티로 변한다. 어머니조차 알아보지 못했다고 할 만큼 목소리부터 달라졌고, 마리네티일 때는 머리를 헝클어 괴짜의 면모를 살렸다. 파시스트가 된 뒤에는 머리를 단정히 넘기는 등 외양에도 변화를 줬다. 김호영은 이를 직접 구상했으며 공연 중 머리를 만지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김호영에게 새 역할을 밀어붙일 계기를 준 것은 작곡가 맷 굴드의 말이었다. 마리네티를 마음껏 표현하라며 “파괴권”을 주겠다는 주문에, 그는 24년간의 공연 경력에서 한 번도 맞지 않았던 캐릭터와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오디션에서 같은 노래를 세 번째 요청받자 심사위원 쪽으로 뛰어가 물통을 집어 던진 일도 있다. 제작진이 찾던 마리네티의 무례함과 괴짜성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와 베네데타 카파 자료사진 · Filippo Tommaso Marinetti · 원본 · Public domain

마리네티는 자유로운 미래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여성 참정권에 반대하고, 결국 파시즘으로 기우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김호영은 세계대전으로 친구와 가족을 잃은 그가 탱크와 속도, 엔진에 빠져 극단으로 향한다고 해석했다. ‘미쳤다고요? 천재라고요? 둘 다일 수도 있겠죠’라는 대사도 인물의 본질을 보여주는 말로 꼽았다.

참고 자료

핵심 요약

김호영, 《렘피카》에서 ‘파괴권’으로 만난 마리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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