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을 뼈대로 삼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허 감독은 사건의 배후를 확정하기보다 기자들의 취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감정으로 당시의 분위기와 사회 문제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 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으며, 의문점이 남아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만큼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형사들이 현장을 뛰며 수사하는 동안 기자들은 외신 보도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사건을 논리적으로 살핀다.
박해일이 연기한 사회부 기자 재환은 데스크로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이민호가 맡은 신입기자 영일은 열정적으로 취재에 뛰어든다.
영화는 저격 사건과 함께 동아일보 기자 해직 이야기도 다룬다.
허 감독은 두 사건을 함께 배치해 억압의 시대를 더 분명히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후반부 자유언론실천선언 장면에서는 기자들이 외압에 맞서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담고, 영일이 현장을 기록하는 뒷모습으로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긴다.
시대상을 담으려는 연출은 인물별 시점과 공간 구성에도 이어졌다.
같은 기념식장 사건을 형사 철구와 기자 영일은 현장에서, 재환은 신문사 TV 화면으로 바라본다.
여러 인물의 동선을 맞추고 현대적 건물이 화면에 들어오지 않게 한 이 장면은 10회차 이상 촬영됐다.
기념식장 외부는 전북대, 내부는 광운대, 로비는 경희대에서 찍었다.
감독은 당시 신문사 사진을 참고해 공간을 꾸렸으며, 실제 기자들이 타자기를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타자기의 힘 있는 인상을 살리기 위해 영화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6개 탄환’의 행방을 설명하는 대목을 반복한 것도 관객이 사건의 핵심을 놓치지 않도록 하려는 선택이었다.
참고 자료
‘암살자(들)’, 기자들의 시선으로 그린 1974년의 시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