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팀최애선수소개] 정현수

오늘은여유롭게 2026/10/09
추천 0 비추 0 조회수 6616
2024년 9월 28일, 리글리 필드의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8회초 첫 번째 아웃을 잡은 투수에게 토미 하토비 투수코치가 다가갔고, 공을 건네받았다. 이날 그가 던진 공은 81개였다. 7.1이닝 동안 안타 두 개와 볼넷 두 개를 허용했으며, 삼진은 두 개에 그쳤다. 신시내티의 득점은 없었다.
마운드를 내려온 카일 헨드릭스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다시 더그아웃 밖으로 나왔다. 모자를 벗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들었다. 컵스 유니폼을 입고 보낸 열한 번째 시즌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 가운데, 그날까지 컵스에 남아 있던 마지막 선수의 인사이기도 했다.
우리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이 선수의 이름을 기억한다. 헨드릭스의 이름을 들으면, 대개 빠르지 않은 공과 정교한 제구를 먼저 떠올린다. 화면에 찍힌 구속을 보고 어떻게 저 공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질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이상한 순서가 된다. 그는 이미 열한 시즌 동안 그 타자들을 상대해 왔고, 시카고가 가장 간절했던 밤에도 마운드 위에 있었다.
필자는 헨드릭스의 야구를 이야기할 때, 느린 공이라는 설명 뒤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다. 그가 타자의 배트를 어떻게 피했는지, 약한 타구를 어떻게 자신의 몫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방법이 예전처럼 통하지 않게 되었을 때, 한 팀의 팬들이 왜 그를 계속 기억했는지까지. 투수 한 명의 기록 안에는 그 선수를 기다렸던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트머스에서 시카고까지
헨드릭스의 출발점은 다트머스 대학이었다. 고교 졸업 무렵인 2008년, 에인절스는 그를 드래프트 39라운드에서 지명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택했고, 그곳에서 야구를 이어갔다. 대학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1년에는 62이닝 동안 70개의 삼진을 잡으며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했다. 같은 해 텍사스 레인저스가 8라운드, 전체 264순위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2012년 여름, 텍사스는 선발투수 라이언 뎀스터를 데려오기 위해 크리스티안 비야누에바와 헨드릭스를 컵스로 보냈다. 컵스의 재건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당장 승리를 더해 줄 베테랑은 텍사스로 향했고, 아직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한 젊은 투수는 시카고의 다음 시간을 맡게 되었다.
경제학을 공부한 이력과 투구 스타일은 훗날 교수, The Professor라는 별명으로 이어졌다. 다만 그 별명을 대학 간판 하나로 읽는다면 헨드릭스의 야구가 지나치게 쉽게 정리된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공부한 투수였다. 상대를 살피고, 자신이 가진 공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다음 등판에서 그 답을 시험했다. 학업도 놓지 않았던 그는 프로 입단 후인 2013년 가을에 대학으로 돌아가 학위를 마쳤다.
그가 컵스의 유망주에서 메이저리그 선발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4년이었다. 첫 시즌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80.1이닝, 평균자책점 2.46을 남겼다. 2015년에는 180이닝을 소화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채우는 일을 넘어, 한 시즌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시간이었다.
당시 컵스에는 우승을 위해 데려온 존 레스터가 있었고, 제이크 아리에타가 있었다. 두 투수가 선발진의 중심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안, 헨드릭스는 그 옆에서 자신의 투구를 다듬었다. 조 매든 감독은 그를 불러 세울 때마다 같은 주문을 건넸다고 한다. “Be you.” 너답게 해라. 이미 잘하는 것을 믿으라는 말이었다.
누군가는 더 강한 공을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헨드릭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공을 끝까지 이해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2016년, 그 투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돌아왔다.
88마일 싱커와 80마일 체인지업
2016년 헨드릭스는 19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16승 8패, 170탈삼진, 44볼넷.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3위였다. 이 성적의 출발점에 있는 공은 평균 88.1mph의 싱커였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141.8km/h다. 가장 많이 던지는 공의 구속이 이 정도였던 투수가 한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적은 비율의 자책점을 허용했다.
그 숫자를 낭만으로만 읽기 전에 배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정규시즌의 서번트 분류에서 싱커 비중은 45.4%, 체인지업은 27.1%였다.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80.7mph, 약 129.9km/h다. 두 구종 사이에는 7.4mph, 약 11.9km/h의 차이가 있었다. 타자는 싱커에 맞춰 준비한 몸을, 체인지업이 도착하는 시간에 다시 맞춰야 했다.
결과는 체인지업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피안타율.135, 피장타율.236, 헛스윙률 38.5%. 헛스윙률은 해당 공에 나온 스윙 가운데 배트가 공을 맞히지 못한 비율이다. 스윙 열 번 중 거의 네 번이 허공을 갈랐다. 맞은 타구의 평균 속도도 83.0mph였다. 타자의 스윙을 끌어내고, 그 스윙을 빗나가게 만들고, 맞더라도 강한 타구를 줄이는 일을 한 구종이 함께 해낸 것이다.
싱커의 헛스윙률은 같은 시즌 11.4%였다. 체인지업과 나란히 놓으면 두 공이 맡은 일이 달랐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싱커는 스트라이크를 먼저 확보하고, 타자를 배합 안으로 끌어들이는 공이었다. 체인지업은 그 배합에서 타자의 타이밍을 어긋나게 만드는 공이었다. 빠른 공을 기다리다가 느린 공에 헛스윙한 타자는, 다음 속구를 더욱 늦게 판단하게 된다. 구속 차이는 한 번의 스윙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 코스 역시 절묘했다. 우완 투수의 싱커는 팔 방향으로 흐르며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들 수 있다. 같은 방향의 공도 좌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움직인다. 체인지업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타자가 그 코스까지 보호하려면, 타석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헨드릭스는 타자가 기다리는 공을 좁힐 때마다 다른 속도와 다른 위치를 보여 주는 식으로 자신의 구속을 보완했다.
체인지업 자체에도 사연이 있다. 에노 사리스는 2015년 헨드릭스의 체인지업 궤적을 나누어 읽었다. 팔 방향으로 더 많이 흐르는 공과, 수평 움직임이 적은 공이 따로 나타났다. 같은 이름으로 기록된 체인지업 안에 서로 다른 움직임의 무리가 있다는 관찰이었다. 느린 공 하나를 같은 자리에 반복하는 투수라는 인상과 실제 투구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었다.
필자는 이 대목이 헨드릭스를 설명하는 데 꽤 중요하다고 본다. 타자가 익숙해지는 대상은 구종의 이름보다 눈앞에 들어오는 궤적이다. 같은 체인지업이라고 준비했는데 예상한 만큼 옆으로 흐르지 않으면, 배트가 지나갈 위치도 달라진다. 구속이 비슷한 두 공이 서로 다른 타격 과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2015년의 관찰은 그 시기 투구를 다룬 분석이며, 위 표는 2016년 정규시즌 전체를 현재 서번트의 구종명으로 집계한 기록이다.
주력 구종 이외에도 커터, 커브, 포심이 있었다. 서번트 분류에서 2016년 커터 비중은 16.1%, 포심은 3.7%다. 다른 구종이 조금씩 타자의 시선을 바꿔 주는 동안, 싱커와 체인지업이 투구의 중심을 지켰다. 헨드릭스의 공을 볼 때 필자가 먼저 보는 것은 최고 구속보다, 어느 공을 어느 상황에서 꺼내 들었는가다.
스트라이크존의 경계에서 얻은 아웃
헨드릭스의 제구를 이야기할 때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다는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들어가는 공과 존의 끝을 스치는 공은 타자에게 전혀 다른 선택을 요구한다. 가운데 공은 때리는 데 집중하면 된다. 경계의 공은 먼저 쳐야 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2016년을 돌아보던 헨드릭스는 자신의 제구를 이렇게 설명했다.
집중하면 낮은 바깥쪽, 높은 바깥쪽, 사실상 스트라이크존의 네 구역 모두에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타자의 눈에는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이 포수의 미트에서는 서로 다른 자리에 닿았다. 헨드릭스가 말한 네 구역을, 타자는 한 타석 안에서 함께 지켜야 했다.
위 그림에서 Shadow는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따라 안팎에 걸쳐 있는 구역이다. 스트라이크가 될 공과 볼이 될 공이 가까이 붙어 있다. 타자가 공 하나를 지켜보는 동안, 카운트가 바뀔 수 있는 자리다. 헨드릭스는 그곳에서 타자가 망설일 틈을 얻었다. 공이 빠르지 않아도, 늦게 결정한 스윙은 충분히 불리해진다.
알렉스 체임벌린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그의 투구를 분석하면서, 헨드릭스의 속구 계열 45.6%가 이 Shadow 구역에 들어갔다고 짚었다. 해당 분석에서 상위 2%에 해당하는 비중이었다. 존의 경계에 공을 자주 보내고, 체인지업으로 스윙을 유도하는 조합이 그의 투구를 지탱했다는 해석이다.
체인지업의 타구 억제력도 별도로 살펴볼 부분이었다. 타자의 평소 타구 속도를 고려해 투수와 구종의 영향을 추정한 모델에서, 헨드릭스의 체인지업은 -5.2mph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500개 이상의 타구를 기록한 구종 중 가장 큰 억제 폭이었다.
필자가 헨드릭스를 사랑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자가 배트를 휘두를 기회를 주면서도, 좋은 타구를 만들 조건은 좁혔다. 낮은 볼넷과 약한 타구가 함께 이어지면 수비는 주자를 쌓아 둔 채 매번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투수와 야수의 역할이 맞물리는 방식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헨드릭스가 던진 정규시즌 이닝을 합치면 787이닝이다. 이 기간의 자책점은 262점, 합산 평균자책점은 3.00이다. 다섯 시즌 동안 유지된 결과다. 한 번의 훌륭한 시즌 뒤에, 같은 방식으로 마운드를 지켜 낸 시간이 쌓여 있다.
108년의 기다림과 두 번의 선발 등판
모두가 잘 알듯, 컵스가 2016년을 맞이할 때,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08년에 머물러 있었다. 108년이라는 숫자는 한 사람의 기억만으로 붙잡기 어려운 시간이다. 부모에게서 들은 팀을 자식에게 다시 설명하는 동안에도, 우승의 이야기는 오래된 사진 속에 남아 있었다. 그 시간을 끝내기 위해 컵스는 좋은 선수들을 모았고, 그 선수들이 함께 좋은 팀이 되었다.
정규시즌의 헨드릭스는 이미 충분히 훌륭했다. 그러나 컵스 팬들이 그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든 등판은 가을에 남아 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리글리 필드의 마운드였다. 다저스의 선발은 클레이턴 커쇼였고, 컵스는 한 번 더 이기면 월드시리즈로 향할 수 있었다.
그날 헨드릭스는 88개의 공으로 7.1이닝을 막았다. 피안타 두 개, 볼넷은 없었으며 삼진은 여섯 개였다. 다저스 타선은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다. 클레이튼 커쇼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리글리 필드가 기다린 시간, 한 경기에서 갈릴 수 있는 시즌의 운명이 모두 마운드에 올라와 있었지만, 헨드릭스의 투구는 익숙한 순서로 이어졌다. 공 하나를 정하고, 그 공을 던지고, 다음 타자를 맞이했다.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시리즈가 3승 3패로 맞선 마지막 날, 다시 헨드릭스에게 첫 공을 맡겼다. 승리하면 108년의 기다림이 끝나고, 패배하면 또 하나의 쓰라린 상처로 남는 경기였다. 이 팀에서 가장 간절했던 두 경기의 시작에 같은 투수가 서 있었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헨드릭스의 기록은 4.2이닝, 2실점, 1자책점이었다. 5회에 마운드를 내려갔으며 승리투수도 되지 못했다. 그날의 경기는 이후에도 여러 번 흔들렸고, 연장 10회까지 이어졌다. 컵스가 마지막 아웃을 잡았을 때, 선발투수의 개인 기록보다 훨씬 큰 결과가 남았다.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되었다.
컵스의 우승은 동료들이 함께 완성했다. 그 안에서 헨드릭스의 자리를 떠올리려면, 팀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누구에게 공을 건넸는지를 보면 된다. 레스터와 아리에타 옆에서 자신의 투구를 다듬어 온 선수가,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의 선발투수로 서 있었다. 시카고는 그에게 첫 번째 아웃을 부탁했다.
긴 기다림을 끝내는 사람이 반드시 가장 요란하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헨드릭스는 그 밤에도 자신에게 익숙한 공을 던졌다. 시카고가 그를 믿은 이유는 이미 수많은 등판에서 보았던 그 모습에 있었다.
81개의 공으로 끝낸 하루
2016년이 지나도 헨드릭스는 컵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남았다. 2018년에는 199이닝을 던졌고, 2019년에는 177이닝을 소화했다. 자신의 등판 날짜가 돌아오면 마운드로 향하는 투수. 구단의 역사에서 기억할 한 경기와, 한 팀이 시즌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등판들을 함께 남겼다.
2019년 5월 3일,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한 경기는 그 투구를 가장 간결하게 보여줬다. 헨드릭스는 9이닝 동안 단 안타 네 개를 허용했다. 볼넷은 없었고, 삼진은 세 개였다. 투구수는 81개. 한 이닝에 평균 아홉 개의 공을 던지며 완봉승을 거뒀다.
상대한 타자는 30명이었다. 타석당 투구수를 계산하면 2.7개다. 81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로 기록된 공은 63개였다. 카운트를 길게 끌기 전에 타자가 치게 하고, 그 타구를 아웃으로 바꾸는 일이 이어졌다. 투수 혼자 27개의 삼진을 잡아야 하루가 끝나는 야구와는 다른 풍경이다.
그날 마주 선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쉴트 감독도 헨드릭스의 투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투구였고, 투구의 예술이었다. 카운트를 통제하고, 속도를 바꾸고, 존 안팎을 오갔다. 우리 타자들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런 경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렉 매덕스를 떠올리게 된다. 100구 미만의 완봉을 매덕스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이름에 효율적인 투구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헨드릭스에게 그날의 81구는 자신의 야구를 가장 짧게 설명한 기록이었다. 공을 더 세게 던지는 대신, 타자와의 승부를 더 일찍 끝낼 수 있었던 하루였다.
시카고 컵스에서 그렉 매덕스의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 지 생각한다면, 그에게 붙은 그렉 매덕스라는 호칭은 시카고라는 도시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랑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팬에게는 묘한 편안함이 생긴다. 압도적인 구속이 만드는 감탄과, 다음 이닝에도 같은 투수가 서 있으리라는 믿음은 조금 다른 감정이다. 헨드릭스는 후자의 감정을 오래 남긴 투수였다. 정규시즌의 긴 여름이 지나 가을에 닿을 때까지, 로테이션의 한 자리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평균 타구 속도 밖의 노쇠
그렇지만 좋은 제구와 좋은 배합에도 시간은 찾아왔다. 2021년 평균자책점은 4.77로 올라갔다. 2022년에는 84.1이닝, 평균자책점 4.80에 머물렀다. 2023년 3.74로 한 번 반등했지만, 컵스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에는 5.92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평균 타구 속도다. 2016년의 피타구 평균 속도는 86.6mph, 2024년은 85.9mph였다. 말년에 타구가 평균적으로 더 약해 보이는 숫자다. 그런데 같은 두 시즌의 배럴 비율은 4.3%에서 7.4%로 올라갔다. 평균 속도 하나만 보면 지나치기 쉬운 변화가, 좋은 각도와 강한 속도가 함께 나온 타구에서는 드러났다.
배럴은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 함께 좋은 결과를 낼 조건에 들어간 타구를 가리킨다. 위 표의 평균 타구 속도와 배럴 비율은 Statcast 측정 타구 기준이다. 낮은 타구 속도의 땅볼이나 뜬공이 여럿 섞이면 평균은 낮게 유지될 수 있다. 그 사이에 장타로 이어지기 좋은 타구가 더 자주 끼어들면, 실점의 위험은 커진다. 헨드릭스의 말년에는 평균을 낮게 만드는 능력과, 위험한 타구를 피하는 능력을 따로 살필 필요가 있었다.
삼진율은 상대 타석 가운데 삼진으로 끝낸 비율이다. 2016년 22.8%였던 수치는 2024년 15.3%로 내려갔다. 전체 스윙 중 헛스윙 비율도 24.7%에서 18.9%로 줄었다. 타자가 공을 맞힐 기회가 많아졌고, 그 접촉 가운데 위험한 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장점이 남아 있어도, 한 번의 장타가 이닝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그에게도 찾아왔다.
서번트의 Edge%는 2016년 45.2%, 2024년 47.0%였다. 공을 존의 가장자리에 보낸 비중 자체는 여전히 높았다. Edge는 앞서 본 연구의 Shadow와 구역 정의가 다른 지표다. 코스 분포에 장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타자의 스윙을 비껴가는 능력과 장타 억제는 함께 약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헨드릭스의 말년에서 전성기의 기술이 얼마나 정교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속도가 낮은 투수일수록 공 하나가 남기는 여유가 작다. 타자의 타이밍을 조금 더 흐트러뜨리고, 정타가 나올 위치에서 조금 더 벗어나게 했던 차이가 오래 누적되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그 차이가 줄어들면, 예전과 비슷해 보이는 투구에도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그의 2024년은 특히 힘겨웠다. 선발투수로 오래 자리를 지킨 선수가 불펜 등판도 받아들여야 했고, 시즌이 끝난 뒤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그래서 마지막 리글리 등판의 무실점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좋은 투구를 되찾기 위해 힘겹게 보낸 시즌의 끝에, 팬들이 알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던 헨드릭스가 마운드로 돌아와 있었다.
마지막 남은 2016년의 이름
컵스에서의 마지막 등판 기록으로 돌아가 보자. 7.1이닝, 2피안타, 무실점. 2016년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남긴 이닝과 피안타, 실점이 정확히 같았다. 우승으로 향하는 문을 열던 날과, 자신의 시간을 마무리하던 날에 같은 세 개의 숫자가 남았다.
물론, 그 사이의 시간이 숫자처럼 가지런하지는 않았다. 팀의 중심이던 선수들은 하나둘 다른 곳으로 향했고, 컵스의 유니폼을 입는 얼굴들도 바뀌었다. 우승을 함께 보았던 팬들이 같은 자리를 찾는 동안, 마운드 위에는 헨드릭스가 남아 있었다. 이름 하나가 선수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그 팀을 가장 사랑했던 계절의 이름이 된 셈이다.
그날의 박수에는 마지막 경기에서 잘 던져 줬다는 고마움만 들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2016년의 가을을 지켜 준 일, 우승 이후에도 수많은 선발 등판을 맡아 준 일, 좋지 않은 날에도 다음 등판을 준비해 온 일. 그 모든 시간을 한꺼번에 고맙다고 말할 기회가 팬들에게 주어졌다.
모든 게 느껴진다. 모든 감정이 느껴진다. 정말, 정말 운이 좋다. 그리고 행복하다.
헨드릭스는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 순간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늘 조용하던 투수가 관중석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모자를 벗은 그의 얼굴과, 계속해서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선수의 컵스 생활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2025년에는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31번 선발로 등판해 164.2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했다. 마지막 등판에서는 휴스턴을 상대로 5이닝 동안 여덟 개의 삼진을 잡았다.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 경기까지, 타자의 배트를 빗나가게 만들 공을 자신의 손으로 던졌다.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잖아요. 팔이 떨어져도 좋으니 던져봐야죠.
2025년 9월 26일, 마운드에서 남긴 헨드릭스의 말.
당시 그가 말한 마지막은 그 시즌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다음 해의 거취를 결정하기 전에도, 눈앞의 타자에게 던질 공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해 11월, 헨드릭스는 작별을 고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기록은 105승 91패, 1,745이닝, 1,373탈삼진, 평균자책점 3.79다. 컵스에서의 열한 시즌과 에인절스에서의 한 시즌. 아주 빠른 공을 던지지 않았던 투수가 최고 수준의 타자들을 상대하며 쌓아 올린 열두 해였다.
지금 그의 이름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구단 운영 부문 사장 특별보좌역 명단에 올라 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시간은 끝났고, 야구 안의 다른 자리에 그의 이름이 이어졌다. 필자는 이 다음 시간이 그에게도 좋은 시간이기를 바란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이해하고 오래 다듬어 온 투수에게, 다음 사람의 야구를 바라보는 일은 또 다른 의미를 줄 것이다.
교수가 남긴 수업
헨드릭스를 매덕스와 비교하던 말들은 그의 투구를 설명하는 편리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나면, 헨드릭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다른 투수의 이름을 빌릴 필요도 줄어들었다. 컵스의 마지막 관문에서 공을 던진 투수, 81구로 아홉 이닝을 끝낸 투수, 우승 멤버 가운데 가장 오래 리글리에 남아 있던 투수. 이미 그 자신만의 장면들이 속속들이 새겨저 있었다.
야구를 보다 보면 가진 것을 바꾸고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저 선수의 구속, 저 선수의 체격, 저 선수의 재능이 있었다면 조금 더 쉬웠을 것 같아서이다. 헨드릭스는 그 아쉬움 옆에서 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공을 익히고, 그 공이 닿을 자리를 살피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배우는 일에도 긴 선수 생활이 들어 있었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평균자책점 1위도 이미 손에 넣었던 2019년. 헨드릭스는 자신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더 나아져야 할 것은 언제나 남아 있다. 내 야구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더 나아질 것이 남아 있다. 이미 우승반지를 낀 투수에게도 다음 등판은 새로 준비해야 하는 경기였다. 시카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긴 뒤에도,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계절에도 그는 다시 공을 잡았다. 끝내 에인절스에서 보낸 마지막 여름까지, 자신의 야구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할 방법을 찾았다.
대학에서 공부하던 청년은 시카고의 교수가 되었고, 팬들은 그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필자는 그가 남긴 이 말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잘했던 자신을 그리워하는 일과, 오늘의 자신으로 다시 공을 던지는 일 사이에서 그는 끝까지 후자를 택했다.
마운드에서는 크게 드러내지 않던 감정을, 모자를 벗고 관중석을 바라보는 순간 조금씩 새어 나왔다. 그에게는 열한 시즌의 일이었고, 팬들에게는 자기 삶의 한 시기를 함께 보낸 일이었다. 야구가 누군가에게 오래 남는 이유가 그 인사에 있었다.
빠르지 않았던 공, 좋지 않았던 마지막 기억들. 그러나 끝내 그 모든 시시한 별의 유혹을 이겨내고, 꿈의 페달을 밟고 역경의 한계를 넘어 우리에게 멋진 여름밤과 찬란한 시간을 선물했던, 그와 함께 보낸 기억의 파편들이 2016년의 밤을 지나 마지막 리글리의 박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안녕,
나의 그렉 매덕스.
당신이 좋아할만한 페이지
  • 0
  • 0
댓글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