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다른 사람 계좌에 들어갔다고 곧바로 증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554조에 따르면 증여는 한쪽이 재산을 대가 없이 주겠다는 뜻을 표시하고 상대방이 승낙해야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다. 재산이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무상 이전을 약속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타인이 자기 계좌로 돈을 보내는 데 계좌 명의자가 승낙하거나 양해했다는 사정만으로 송금액을 증여하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계좌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는 사실과 그 돈을 무상으로 주고받기로 했다는 합의는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판례가 보여주는 판단의 초점은 계좌 명의자가 송금을 알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돈을 보내는 쪽과 받는 쪽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다. 독자 입장에서도 ‘계좌 사용을 허락했나’와 ‘그 돈을 증여로 받기로 했나’를 별개의 질문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금 내역은 돈이 옮겨간 사실을 보여주지만, 그 자체로 당사자 사이의 약속까지 확정하지는 않는다.
참고 자료
대법원 판례가 가른 ‘계좌 사용 동의’와 증여 합의